(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최근 정부에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정책이 있다. 일가정양립정책이 그것인데 이 중 핵심이 되는 것 중 하나가 시간선택제 일자리다.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신규 채용하거나 전일제 근로자를 시간선택제로 전환시킨 사업주에 인건비 일부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과도한 노동시간으로 많은 문제점을 유발하고 있는 현실에서 참 긍정적인 시도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이 제도를 활용하려 했던 지인에게서 뜻밖의 말을 들었다. 아이의 양육 문제로 시간선택제 전환을 하려 했던 그녀는 해당 지역 고용센터에 전화했다가 실망감만 가득 안고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요지인 즉 취업규칙에 시간선택제 전환제도에 대해 명시돼 있고, 전자·기계적 방법으로 출·퇴근 시간이 기록돼야만 지원금이 나오기에 자신은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근로자가 몇 명 되지 않는 작은 중소기업에 그런 취업규칙이 있을 리도, 제대로 된 출·퇴근 기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을 리도 없다. 시간선택제로 전환해 달라는 말을 꺼내기도 어려운 처지에 자신을 위해 여건을 갖춰 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결국 ‘임금감소 보전금’, ‘간접노무비’, ‘대체인력 인건비’ 등 정부 지원금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는 뜬 구름처럼 먼 얘기일 뿐인 것이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 주자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워킹맘·워킹대디를 위한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현행 1년인 육아휴직을 3년으로 확대하고 자녀가 만 18세가 되기까지 3차례 나눠 쓸 수 있도록 한 ‘육아휴직 3년법’을 제안했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맞벌이 부모의 유연근무제를 제시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0~12세 아동에게 10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내놨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부모가 3개월씩 반드시 육아휴직을 쓰도록 하는 ‘아빠·엄마 육아휴직 의무할당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이 공약(公約)들은 실제 공약(空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재 우리나라가 제도상 출산·육아 정책들을 갖추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실제 근로 현장에서 근로자가 이를 활용하기는 쉽지 않은 형편이고 제도를 활용하려는 이들에게 인사 상 불이익들도 발생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도 매년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줄다리기를 하는 형국에서 추가 재원 마련도 어려운 실정이다. 득표만을 노린 포퓰리즘 공약이 아닌 구체적인 실현 계획이 따른 진실한 공약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