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재 충북도 균형건설국장

 

‘도로명주소는 쉽고 편리합니다’ 우리가 도로명주소를 홍보할 때마다 강조하는 핵심 문구이다. 그런데 정말 도로명주소가 쉬운가? 정말 편리하긴 한 걸까?

사람들은 도로명주소라는 말만 들으면 ‘그거 왜 쓰라고 하는 거야? 전에 사용하던 지번주소가 더 편한데’라고 말하곤 한다.

그동안 문제없이 잘 쓰고 있던 주소를 왜 바꾼 것인지 푸념하며 도로명주소를 배척하곤 한다.

당연히 익숙한 게 편하다. 하지만 기존의 지번주소는 도시화, 산업화 등 각종 개발로 순차성이 훼손돼 위치 찾기가 매우 어려운 상태가 됐다. 규칙성이 없이 세월의 흐름 속에서 암기(暗記)돼, 편리하다는 착각을 갖게 만들었다. 하지만 낯선 지역을 방문한 외지인에게는 해독하기 어려운 그 지역 사람들만의 암호가 돼 주소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불편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연속성이 없는 지번은 우리를 미로 속에 가둬 놓았다.

도로명주소는 이러한 100년간의 무질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다. 명확한 위치 식별을 위해 현실에 맞는 효율적인 주소 표시 체계로 정비된 것이다.

도로명과 건물번호로 이루어진 도로명주소는 딱 세 가지만 알면 누구나 빠르고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첫째, 길을 따라 이름 붙여진 도로명은 너비에 따라 분류된다. 8차로 이상의 넓은 도로는 ‘대로’, 2~7차로는 ‘로’, 그리고 ‘로’보다 좁은 ‘길’로 나뉜다.

둘째, 건물번호는 도로의 진행방향을 따라 왼쪽 건물은 홀수, 오른쪽 건물은 짝수로 표기한다. 만약 현재 위치에서 왼쪽의 건물번호가 23번, 오른쪽이 24번이라면 도로의 진행방향은 정면이고, 앞으로 나갈수록 건물번호는 증가한다.

셋째, 건물과 건물 사이는 두 건물번호의 차이에 10미터를 곱한 수치만큼 떨어져 있다. 예를 들어 건물번호가 50번인 건물을 찾고 있는데 현재 10번 건물 앞에 있다면, 도로의 진행방향을 따라서 400미터를 더 가면 목적지를 찾을 수 있다.

종합해 보면, 충북도청(상당로 82) 건물은 폭이 2~7차로인 상당로의 시작 지점 육거리 부근(상당로 1)으로부터 810미터 떨어진 오른쪽 도로에 위치해 있다. 이처럼 도로명주소를 사용하면 초행길에서도 찾고자 하는 건물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내비게이션 등 각종 스마트 기기의 보급이 도로명주소 도입을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치부한다. 하지만 믿음직한 내비게이션이라도 지번주소로 사용할 때는 번번이 목적지 근처까지만 안내한다.

이 경우 만약 하나의 지번에 여러 개의 건물이 있거나 건물이 여러 방향의 도로에 접해 있다면, 내비게이션은 정확한 건물의 위치를 알려주지 못하거나 건물의 출입구가 아닌 엉뚱한 방향으로 데려갈 수도 있다.

반면 도로명주소의 경우는 각각의 건물마다 다른 번호를 사용하고 출입구 방향의 도로를 따라 주소가 부여된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건물의 입구까지 정확하게 알려준다. ‘길도우미’도 도로명주소와 함께 사용할 때 제 역할을 완벽히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도로명주소는 전면 시행 4년차를 맞아 우리 생활 속에서 순조롭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일본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하고 있을 만큼 도로명주소는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주소다. 세계화 시대에 물류, 관광산업 등에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표준화된 주소의 사용은 필수적이다.

또한 체계적인 도로명주소는 미래 세대를 위한 주소이기도 하다. 우리가 잘 다져놓은 기반 위에서 촌각을 다투는 생명을 구할 수도 있고,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여 국가경쟁력을 높여 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이젠 도로명주소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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