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선(동양일보 상임이사)

▲ 유영선(동양일보 상임이사)

해마다 새롭게 만나는 친구들이 있다. 나라도 생김새도 언어도 문화도 모두 다른 그녀들. 대한민국이 좋아서 한국어를 익히고, 어렵고 어려운 자격시험을 통과해 우리 정부의 장학금을 받으면서 한국의 대학으로 유학을 온 여학생들. 올해도 그녀들을 만난다.
그녀들은 국적도 참으로 다양하다. 중국이나 몽골 러시아 인도네시아는 그래도 우리에게 익숙하고 가까운 나라지만, 몰도바 오만 볼리비아 잠비아 파라과이 페루 탄자니아 알제리 아제르바이잔 우크라이나 투르크메니스탄 등 낯설기도 하고 멀기도 한 나라에서 용케들 한국어를 배워 한국을 찾아왔다.
생각하면 기특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학생들이다.
올해로 8년째 필자가 소속된 여성NGO인 전문직여성한국연맹(Business & Professional Women)은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 사업을 하고 있다. 국립국제교육원을 통해  멘토를 원하는 학생들이 신청을 해오면 회원들은 기꺼이 학생들을 한 사람씩 멘티로 받는다.
그렇게 멘토와 멘티의 인연을 맺으면 1년 동안 이들 사이에 다양한 방법의 멘토링이 이뤄진다. 어느 회원은 지역축제에 초대하고, 어느 회원은 함께 뮤지컬이나 전시를 관람하기도 하며, 명절 때는 집으로 초대해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한다. 때론 멘티들을 단체로 모아 유행하는 최신 한류 화장법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기업체를 방문해 한국의 선진기술을 눈으로 확인하게 해주기도 한다.
지난 해엔 회원들과 함께 명동성당 앞에서 ‘동일임금의 날(Equal pay day)’캠페인을 벌이기도 했고, 여의도 문화광장에서 ‘소녀의 날’ 행사를 주관하기도 했다.
멘토들이 거꾸로 멘티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지역클럽이 주최한 국제행사에서 학생들은 재능기부로 통역을 맡고, 그 나라 전통춤을 선보여 국제교류의 장을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1년이 지나면 연맹은 수료식을 열어 멘티들에게 수료증을 주고, 국립국제교육원으로부터 다시 새 멘티들을 신청 받는다. 그리고 새 멘티들에게 오리엔테이션을 연 뒤 멘토와 멘티를 정한 뒤 회원들 앞에서 협약식을 갖는다.
지난 해 이렇게 실시한 멘토링이 그새 1년이 되었다. 며칠 뒤면 이들에게 수료식을 해주고, 다시 새 멘티들을 맞아 오리엔테이션을 열 예정이다. 올해도 세계 각국에서 한국이 좋아 찾아온 유학생 중 30명이 멘티 신청을 했다. 서울지역 뿐 아니라 전국의 여러 대학교에 입학을 한 대학생, 대학원생들이다. 그들은 새로운 나라, 새로운 문화에 대해 배우고자 눈을 반짝인다.
지난 해 연맹은 멘티들에게 단소를 하나씩 선물한 뒤 연주법을 가르쳤다. 그리고 전국의 회원들이 참여한 ‘국제친선의 밤’에서 멋지게 단소를 연주했다.
올해도 ‘국제친선의 밤’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멘티들과 만날 생각에 마음이 들뜬다. 이번 멘티들은 또 어떤 모습으로 멘토들에게 감동을 줄까. 자국에서 가져온 전통의상을 입고, 한국어로 아리랑을 부르면서 우리와 동질감을 느끼려고 노력할까.
2년 전 인연을 맺었던 알레시아가 생각난다. 알레시아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대학원생이었는데, 고려인 3세로 조상의 문화를 느껴보고자 한국으로 유학을 온 것이라고 했다. 국문학 전공으로 러시아 망명작가인 포석 조명희 문학을 연구한다고 해서 진천 포석문학관을 안내하기도 했었다. 방학이면 가족들과 여행하면서 카톡으로 우즈베키스탄의 명소와 안부를 전해오곤 했었는데, 지난해 공부를 끝내고 돌아가더니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멘토와 멘티는 이렇게 살뜰한 관계로 이어진다. 그런데 왜 우리 단체는 이렇게 멘토링사업에  심혈을 기울일까. 국가보조금이나 지원금이 전혀 없는데도 스스로 주머니돈을 털어서 멘티들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고, 여행을 시켜주고, 문화를 느끼게 해주려고 애를 쓰는 것일까.
그것은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그들이 한국에서 공부를 하는 동안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서 돌아가서도 ‘친한파’ ‘지한파’로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것이도, 두 번째는 여성주의 시각을 익혀 그 나라에 가서도 의식을 지닌 여성지도자로 성장하길 바라는 것이고, 세 번째는 동시대를 사는 선배 여성으로서 따뜻한 사랑을 나눠주자는 의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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