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못하고 버스를 탔어

뒷산에 찔레 꺾으러 가자던 약속

영영 못 지킬 거라는 걸 너도 알겠지

생전 처음 떠나보는 이 산골

차창 너머로 멀어지는 마을을 보며

동생들이 훌쩍이기 시작했어

돌아올 수 없는 곳

깊게 실금 파놓은 동네 공터에

햇살이 내리지 않을 거야

삘기 뽑고 오디 따던 개살구나무 밑의 봄이

다시는 오지 않을 거야

구불구불한 산길을 넘고 넘어 닿은 작은 도시

시커먼 동해바다에다 무섭게 토악질 하고

낯설고 두려워서 오돌 오돌 떨었던

나와 동생들이 가장 긴 여행을 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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