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여전히 분석 중…코믹 연기는 철저히 준비해야"

 

“옛날에는 제가 무섭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제 얼굴만 봐도 웃기다고 말씀들 해주시네요. 다행이죠. 감사합니다.”

‘김과장’ 남궁민(39)은 이렇게 말하며 껄껄 웃었다.

배우는 ‘천의 얼굴’임을 요즘 또다시 증명하고 있는 그다.

KBS 2TV 수목극 ‘김과장’을 통해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전해주고 있는 남궁민을 지난 10일 전화로 만났다.

7.8%에서 출발해 지난 9일 6회에서 16.7%까지 치고 올라온 ‘김과장’은 기대하지 않았던 수확이라는 점에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한류스타 이영애가 주연한 SBS TV ‘사임당 빛의 일기’와 맞붙어 4회 만에 ‘사임당’을 잡고 수목극 1위로 올라선 ‘김과장’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5회부터 광고도 완판되고 있다.

사전제작으로 일찌감치 촬영이 끝난 ‘사임당’과 달리, 남궁민은 오는 15~16일 방송될 7~8회를 분초를 다퉈 찍는 중이었다.

하지만 쭉쭉 올라가는 시청률은 없던 힘도 솟게 만드는 법. 무엇보다 ‘김성룡 과장’을 연기하는 남궁민의 연기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니 그는 안 먹어도 배부를 듯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김과장’이 터졌다. 인기를 실감하나.

▲ 나는 촬영만 하고 있어서 잘 모르겠다. 다만, 시청률이 계속 올라가고 있어서 그걸로 대략 실감은 하고 있다. 더 올라야 할텐데….(웃음) 너무 행복하고 좋은데 이제 시작이지 않나. 20부 중 6부까지 방송됐으니 14부나 남아있다. 아직 멀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 지금 샴페인을 터뜨리기보다는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

 

- ‘김과장’이 이렇게 잘될 거라 자신했나.

▲ 물론 배우로서 어떤 작품을 하든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하는 작품인데 잘 안될 거로 생각하면서 하지 않지 않나. 이번에도 ‘재미있게 해야지’ 하고 시작했는데, 내가 생각한 것보다 코믹 코드가 점점 더 강해진 것 같다. 머리에서 깍두기 국물이 흐르는 설정 등 글로 봤을 때랑 화면으로 볼 때랑 다르더라. 대본에 쓰인 것을 연기로 하려니 훨씬 더 강렬한 코믹 요소가 있더라.(웃음)

 

- 남궁민이 너무 웃기다고 난리가 났다. 남궁민은 원래 코믹한 면이 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 옛날에 악역을 할 때는 내가 무섭게 생겼다고들 하셨는데, 요즘은 얼굴만 봐도 웃긴다고 말해주니까 재미있다.(웃음)

내게 코믹한 면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김성룡이라는 캐릭터를 굉장히 많이 연구한 덕이다. 연구를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게, 전작 ‘미녀 공심이’가 로맨틱 코미디인데, ‘김과장’도 코미디다. 두 작품 속 캐릭터 사이에 차이점을 넣어야하고 다른 캐릭터로 웃음을 줘야 하는 것도 있다. 역할은 코믹하지만,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캐릭터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김성룡이라는 캐릭터가 어떤 사람인지, 그는 어떻게 리액션을 할까 등을 철저히 분석하고 연구하고 있다.

 

- 김성룡은 어떤 캐릭터인가.

▲ 아직도 분석 중이다. ‘미녀 공심이’의 안단태는 맑은 마음씨를 가진, 조금은 부끄러움도 있는 소년 같은 느낌의 코믹한 캐릭터다. 김성룡 과장은 겪을 거 다 겪은, 세상만사를 다 겪은 사람이다. 물론 착한 면이 있지만, 대단히 도덕적인 것은 아니다. 그런데 시청자들도 너무 착한 사람이 주인공을 하는 것보다 조금은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의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는 게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김성룡은 표현을 아주 적극적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부끄러움이 없고 말을 할 때 표정으로 확실히 보여준다. 남성미가 있다. 정상적이진 않은데 따뜻함이 있다.

 

- ‘남궁민은 투덜거릴 때도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댓글이 있더라. 반응이 열광적이다.

▲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연기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런데 그게 내 장점이기도 하다.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 노력 면에서는 절대 후회를 남기지 말자는 마음으로 임하기 때문이다. 많이 노력하고 있다.

 

- 가장 어려운 연기는 희극 연기라는 말이 있다.

▲ 그런 것 같다. ‘리멤버’의 남규만 같은 경우는 캐릭터를 한번 잡아놓으면 어떤 상황이 되든 즉각즉각 응용을 해 연기를 할 수 있는데, ‘김과장’은 코미디라서 즉각 즉각 반응이 안 된다. 항상 긴장을 놓치면 안 된다. 오버 연기가 살짝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오버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야 하는 게 포인트다. 살짝 과장이 있어야 하는데 과장스럽게 보이지 않게 연기를 하려니까 연기를 할 때 바짝 긴장을 해야 한다. 코미디를 너무 모자라게 하면 그 장면이 살지 않고, 오버를 해버리면 안 되고…끊임없이 그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조연에서 주연으로 올라온 뒤 드디어 타이틀 롤을 맡았다. ‘김과장’이라는 드라마의 김과장을 연기한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 2011년 MBC TV ‘내 마음이 들리니’라는 드라마를 하면서 굉장히 반응이 좋았다. 그 작품 끝나고 난 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 어떤 캐릭터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사실은 역할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해야 했다. (역할을 고민하다) 여러 작품이 어그러지면서 2년 정도 쉬었다. 그제야 비로소 ‘아 이런 식으로 연기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반성을 했다.

어떤 캐릭터를 맡느냐보다는 작품과 연출자와 작가를 보고 연기를 하자고 생각을 바꿨다. 어떤 역할을 주든 연기를 하고, 어떤 역할이든 다 소화해냈을 때 거기서 오는 희열을 내 기쁨으로 삼자고 결심했다. 그러다 보니 연기를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리멤버’ 같은 경우는 1~2회 통틀어 남규만이 5~6신밖에 안 나와서 캐스팅 과정에서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나한테는 남규만이 몇번째 역할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시놉시스에서는 고작 서너 줄로만 설명이 된 인물이었지만, 난 PD님과 작가님을 만나 본 후 남규만이라는 역할이 터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실제로 연기를 하면서 내 생각이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고, ‘아 앞으로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했다.

특별 출연한 ‘닥터스’도 (분량 같은 것 따지지 않고) 제작진과 친분으로 한 것이었는데, 거기서도 좋은 평가를 해주시더라.

이제서야 조금 인정을 해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열심히 해왔고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틀리지 않았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다.

 

- ‘김과장’에서 호흡을 맞추는 조연도 막강하다. 연기하는 맛이 남다르겠다.

▲ 물론이다. 내 연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분들이 계셔서 매우 든든하다. 드라마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고 다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니 배우들끼리 연기의 합을 맞추는 게 중요한데, 우리는 그 시너지의 합이 굉장히 좋다. 배우들끼리의 이러한 조화는 뒤로 가면서 서로 지치고 힘들 때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기대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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