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심판선고가 다가오면서 보수와 진보의 세력 대결이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양 쪽의 ‘도 아니면 모’ 식 대결은 국론분열을 가져와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심각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을 정도다.
헌법재판소는 국회와 대통령 양측 대리인단에 그동안의 주장을 정리한 준비서면을 오는 23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제 날짜에 나오지 않은 증인도 재소환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가급적 변론절차를 이달안으로 끝내고 이정미 재판관 퇴임일은 오는 3월13일 이전에 선고하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최종 준비서면을 요구한 것은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됐고, 따라서 결론을 내리는 전체 재판관회의 즉, 평의도 곧 열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탄핵시계가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자 탄핵을 찬성하는 ‘촛불’과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간 힘겨루기가 가관이다.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태극기 집회가 대규모 맞불을 놓으면서 이념대결은 더욱 격해지는 양상이다,
정월대보름인 지난 11일 양 진영은 여·야 정치권까지 가세해 세 대결을 벌였다. 촛불집회는 지난 10일 오후3시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 앞에서 ‘1박2일’ 집회를 시작으로 다음날 광화문광장에서 15차 촛불집회를 가졌다.
태극기 집회도 11일 오후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12차 탄핵무효 태극기 애국집회를 열었다.
양측의 기세는 탄핵 선고를 앞두고 박 대통령 취임 4주년인 오는 25일(촛불)과 삼일절인 오는 3월1일(태극기) 사활을 건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헌법재판소로 공은 넘어갔지만 조속한 탄핵선고를 요구하는 민심은 변하질 않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일 발표한 조사에 의하면 탄핵 찬성이 79% 나와 작년 12월 국회 표결 직전의 81%와 비슷하다. 여전히 국민 10명중 8명은 탄핵을 찬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민심이 이러함에도 여·야 대선 주자들까지 찬·반집회에 참석해 헌재를 압박하는 것은 법치주의 근간을 훼손하고 양 진영간 갈등을 부채질하는 꼴이 아닐 수 없다.
탄핵심판은 헌법에 따른 헌재의 고유권한이다. 국회는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것으로 소임을 다했고 헌재 결정만 기다리면 된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왔다면 이제부터는 헌재결정을 지켜볼 때다. 솔직히 말해 많은 국민들은 양 측의 집회에 신물 날 정도로 피로도가 쌓여가고 있음을 부정하지 못한다. 탄핵 찬반에 관한 의사 표현은 자유지만 그것은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승복한다는 전제하에 이뤄져야 한다. 여·야, 촛불·태극기 관계없이 헌재 결정 승복이라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건강한 대한민국이라 할 수 있다.
헌법재판관도 이름 석자를 걸고 양심에 따라 역사 앞에 떳떳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탄핵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 민심은 이미 확인됐다. 한달이다. 참고 기다려보자. 그리고 성숙한 국민의식을 발휘해 예상되는 난국을 헤쳐 나갈 중지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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