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정래수 기자) 원자력 안전과 관련, 참으로 믿기지 않는 사태가 또 발생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발표한 한국원자력연구원 특별 감사결과, 원자력연구원이 방사선 관리구역에서 발생한 콘크리트 폐기물을 무단으로 연구원 밖에 매립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더 심각한 사실은 원자력연구원이 우라늄과 세슘 등 방사성폐기물을 허가 없이 녹인 것에 더해 폐기물 소각시설 배기가스 감시기 측정기록까지 조작했다는 것이다.

원안위 조사결과 원자력연구원은 2015년 11월에 연구원 내 방사선관리구역 배수로공사 때 나온 콘크리트 폐기물 0.15t을 충남 금산군의 한 설비업체 부지에 불법으로 매립했으며, 서울 공릉동에 있던 연구로를 해체할 때 발생한 콘크리트 2t과 토양(200ℓ드럼 58개)을 연구원 안에 매립 또는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방사선관리구역에서 사용한 장갑·비닐 등을 2011년 5월부터 2015년 7월까지 한 달에 20ℓ씩 일반쓰레기로 버렸고 500ℓ는 태워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원자력연구원은 우라늄 변환시설 해체 폐기물을 용융 처리하는 허가만 받고도 세슘 폐기물 등 109t가량을 허가 없이 녹였고, 작업 시 이용한 장갑 등을 태웠으며 폐기물 소각 시설의 배기가스 감시기 측정기록까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력 안전과 국민 신뢰를 최고로 지탱하고 있는 국책 연구원이 이른바 악덕 기업에서나 일어날 행위를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최근 잦은 지진으로 원전 폐쇄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원자력연구원이 실정법을 위반하면서 원자로를 운영을 해왔다니 정말 걱정스럽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원자로 운영을 하더라도, 시민 동의를 얻기 어려운 마당에 불법까지 자행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도덕적 해이는 물론이고 환경 의식조차 없는 원자력연구원이 과연 원자로를 안전하게 운영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원자력 운영의 관건은 안전성과 신뢰의 확보다.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주민의사를 존중하는 자세로 대전시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각성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정래수/대전지역담당>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