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에 이어 방역당국이 예방을 장담했던 구제역까지 확산하면서 가축 전염병으로 전국이 초토화될 위기에 놓였다.
충북 보은서 올 겨울 들어 첫 발생한 구제역이 빠르게 확산돼 방역당국과 축산농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12일 보은지역 4번째(전국 6번째) 확진 판정이 난 곳은 최초 발생지에서 2.4km 떨어져 있어 방역대 경계 수준에 달한다는 점에서 자칫 구제역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10~2011년 사상 최악의 구제역 파동을 겪은 뒤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포기하면서까지 ‘백신 방역망 구축’에 나섰으나 허술하기 짝이 없는 백신 접종의 실상이 드러났다.
방역당국의 무능과 무사안일, 일선 농가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점이 드러난 만큼 매년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며 수조원의 혈세를 낭비해온 구제역 정책을 근본부터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매번 일이 터지고 나서 해외에서 백신을 수입하려고 허둥댈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발생한 바이러스 유형에 적합한 ‘한국형 백신’을 조속히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제역 백신접종은 2010년 350만 마리의 소와 돼지를 살처분하는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은 뒤 2011년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2014년 또 다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2015년과 2016년에 이어 올해까지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이어져 더 이상 구제역 백신정책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백신접종을 농가 자율에 맡겨놓고 모니터링을 게을리 한 정부의 무사안일과 당장 코앞의 이익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백신접종을 게을리한 일부 농가의 모럴해저드가 맞물리며 구제역 방어시스템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여기에 돼지 방역에 집중하느라 소는 소홀히 했던 점, ‘A형’ 구제역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했던 점 등도 정책적 판단 오류다.
정부는 애초 통계와 달리 백신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자 뒤늦게 전국 모든 소에 대해 일제접종을 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백신 물량 부족으로 차질이 빚어졌다.
다급해진 정부는 백신을 생산하는 영국의 제약회사에 수입을 긴급히 요청하는 등 뒤늦게 허둥지둥하고 있지만 이른 시일 내에 수입이 가능할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구제역 백신은 국내 백신회사가 영국 회사에 제조를 의뢰해 수입한 뒤 행정기관과 축협을 통해 일선 농가에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구제역 예방 백신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인데 문제는 이 백신을 접종하고도 구제역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백신에는 문제가 없고 제대로 접종하기만 하면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일선 농가에서는 백신의 효능에 대한 의심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미 토착화한 구제역 예방에는 맞춤형 백신 개발이 정답이다. 이와 함께 농가에 대한 백신 접종법 교육을 강화하고 정부, 지자체, 농가의 역할 분담이나 업무 연계를 유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방역당국은 매년 연례행사처럼 발생하고 있는 AI와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에 대한 방역시스템을 서둘러 개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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