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벼리지도 않는 칼날로 나를
무참히 난도질 하던 때가 있었다
장엄하게 솟구치는 피보라도 없이
혼자 나가떨어지는 칼싸움이었다
무작정 허공만 휘두른다고
싸움이 되는 게 아니란다
수십 번 계절이 저리도 울긋불긋
제 속을 끓이다 저물도록,
핏물 흥건히 삶의 옆구리를 적시도록,
벼리고 또 벼리는
무한여정의 이 길이, 실은
가장 빛나는 싸움임을
이제야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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