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인격 ‘케빈’ 24번째 인격지시로 소녀들 납치하는데…

(연합뉴스)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식스 센스’(1999)로 ‘천재 감독’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죽은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어린 소년과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를 그린 ‘식스 센스’는 지금까지도 역대 최고 반전 스릴러 영화로 꼽힌다.

샤말란 감독은 그 뒤에도 ‘언브레이커블’(2000), ‘싸인’(2002) 등 그만의 개성 있는 작품을 내놨으나 ‘식스 센스’를 능가하지는 못했다.

그런 그가 신작 ‘23 아이덴티티’로 18년 전 전성기에 역량을 찾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0일 북미에서 먼저 개봉한 ‘23 아이덴티티’는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했다. 샤말란 감독의 영화가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것은 ‘식스 센스’ 이후 처음이다.

‘23 아이덴티티’는 23개의 다중인격을 지닌 남자 케빈(제임스 매커보이)이 지금까지 나타난 적 없는 24번째 인격 비스트의 지시로 소녀들을 납치하면서 벌어지는 심리 스릴러다.

갑자기 납치돼 밀폐된 공간에 갇힌 3명의 소녀가 케빈을 피해 탈출을 시도하는 단순한 줄거리지만, 영화는 감독의 섬세한 연출에 힘입어 끝날 때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23개의 다중인격을 가진 케빈역을 맡은 제임스 매커보이의 공이 컸다. 그는 원맨쇼에 가까운 연기를 펼치며 관객의 숨통을 조였다 풀었다 한다.

제임스 매커보이는 ‘엑스맨’ 시리즈에서 찰스 자비에 교수 역으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배우다.

그는 어릴 적 학대의 상처를 지닌 케빈, 결벽증 환자인 데니스, 미스터리한 여성 인격체인 패트리샤, 천진난만한 9세 소년 헤드윅,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배리, 당뇨병을 앓고 있는 제이드 등 23개 인격 가운데 8개의 인격을 연기했다.

각각의 인격에 따라 의상을 갈아입고, 말투와 목소리뿐만 아니라 근육의 표현까지 달리해 마치 여러 사람이 연기하는 각각의 캐릭터처럼 보인다.

할리우드의 신예 안야 테일러 조이가 납치된 소녀 케이시 역을 맡아 신인답지 않은 섬세한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는 케이시의 아픈 과거도 함께 조명하면서 부모에게 학대받은 케빈과 공통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1977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실제 발생한 빌리 밀리건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강간·납치 등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빌리 밀리건이 세계 최초로 24개 인격이 존재한다는 정신 감정을 통해 최종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이다.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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