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중부대 교수)

▲ 최태호(중부대 교수)

한국어학과 교수가 스마트 팜이라고 쓰려니 뭔가 속이 좀 쓰리다. 요즘은 외래어가 범람하고 있으니 스마트 팜이라고 해도 모두가 잘 이해하고 있으니 그냥 그 단어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뭔가 새로운 영농기법이나 최첨단 영농시설을 통한 농법, 자동화된 농사기슬 등을 통틀어 스마트 팜이라고 하면 좋을 것이다. 과거 일제 강점기하에서 우리 아버지는 농고를 가야만 한다는 할아버지의 권유로 5년제 농고를 졸업하셨다. 그리고는 한 번도 제대로 된 농사를 지으신 적은 없고 군의관으로 근무하시다가 지역에 교사가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제대 후 교직에 투신(?)하시어 평생을 교육자로 지내셨다. 지금도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많지만 자신의 전공을 살려 그 분야로 취업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한국어학과를 졸업한 제자들도 한국어교사나 교수요원으로 나가는 것보다는 공무원이나 일반 회사에 취업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우리나라는 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해서 농업을 모든 산업의 근본으로 인식하였다. 1970년 대의 급속한 발전을 기반으로 농사는 산업화에 밀려나게 되었고 다시 컴퓨터 세대에 진입함으로 해서 농업은 완전히 시대의 흐름에서 천대받게 되었다. 근자에 불고 있는 4차산업혁명의 바람에는 농업이 어떻게 변모할까 예단해 보고자 한다.
 4차산업혁명은 컴퓨터에 인공지능 기능이 향상되면서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는 현대 사회를 일컫는 말이다. 변화의 속도가 과거 6000년 동안 바뀐 것보다 근대 60년 간 바뀐 것이 더 많다. 앞으로 6년 동안 얼마나 바뀌게 될 것인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인간은 먹어야 산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배를 채우기 위해 먹었지만 앞으로의 세대는 건강을 위한 먹을거리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먹지도 않았던 돼지감자가 당뇨에 좋은 식품으로 인정받았고, 봄이면 지천으로 널려 있던 머위가 건강식품이라는 것도 밝혀졌다. 배부른 돼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삶을 추구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농사의 기법도 다양하게 변화해야 한다. 우선 수경재배가 발달할 것이며 유기농 무공해 야채가 더욱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몇 년 전에 인삼 수경재배에 성공한 선배가 있다. 한 때는 매스컴에 엄청 방영되기도 하였다. 물론 6년근까지 자라는 것은 아니고 뿌리부터 잎까지 모두 먹을 수 있는 새싹 같은 인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제품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고급 음식점에서 한 뿌리에 천 원 씩 주고 사다 손님들에세 무료로 제공한다고 들었다. 발상의 전환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다. 900 평 정도 되는 공간인데, 펼치면 23만 평에 해당한다는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인삼의 수경재배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인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여 사업화하였다. 시설투자에는 자본이 많이 들어가지만 LED조명으로 햇빛도 별로 필요 없고, 공중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편하게, 소수의 인원이 농장(인삼재배 공장)을 운영할 수 있었다. 요즘은 딸기도 수경재배에 성공하여 농장에서 공중에 매달린 딸기를 서서 다니면서 수거한다고 들었다. 앉아서 고생하던 시대와는 다르다. 앞으로의 시대는 이러한 스마트 팜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 과거에는 단순한 농사기법만 배웠지만 이제는 똑똑한 기자재를 활용하여 다양한 제품을 무공해로 재배할 수 있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 화훼농사가 돈을 벌던 시절이 있었다. 난의 재배로 재미를 본 농가도 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농사의 기법과 먹을거리에 대한 연구도 변화해야 한다. 이런 모든 것을 가르칠 수 있는 농업학교(스마트 팜 고등학교, 바이오 생명과학고등학교 등)의 신설도 필요하다. 식견이 있는 부모라면 자녀를 농고에 보낼 준비를 할 것이다.
 직업의 귀천이 없는 시대가 되었다. 자녀의 행복을 생각한다면 미래를 바라보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