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기(편집국 부장/천안지역 담당)

▲ 최재기(편집국 부장/천안지역 담당)

올겨울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구제역까지 발생, 전국이 가축전염병 공포에 휩싸여 있다. AI 발생으로 인한 피로감이 가시기도 전에 구제역 방역에 구멍이 뚫리면서 축산농가와 일선 자치단체는 초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AI와 구제역의 '진앙'이 충북도의 고민은 더욱 크다. 지난 5일 충북 보은군 마로면의 한 젖소농가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 현재까지 전국 9개 농장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보은에서는 첫 구제역 생 이후 8일 만에 3㎞ 방역대 내에서 6곳이 추가 발생했다. 다행이 지난 13일 일곱번째 발생농장을 끝으로 사흘째 추가 발생 없이 잠잠한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12월 기준 평균 항체 형성률을 97%로 발표하며 구제역 방역에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항체검사 결과, 항체 형성률이 지역과 농장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보은의 경우 구제역 발생 7곳 중 3곳은 한 농장주가 관리하고 있는데다, 농장주가 모두 백신을 맞췄다고 주장해 '물백신'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특히 100% 항체 형성률을 보인 소에서도 구제역 증상이 나타나면서 정부의 가축전염병 대응 능력을 질타하는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사상 최악으로 평가되는 올겨울 AI도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동안 뜸하던 AI 의심 신고가 지난 6일 전북 김제의 산란계 농장에서 13일 만에 접수됐다. 이번 AI로 전국에서 살처분된 가금류 수가 3300만마리에 이른다. 농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살처분 보상금 추정액은 817개 농가 2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AI는 정부와 자치단체의 부실한 초동대응이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AI 관련 정부 관계 장관회의는 첫 신고 후 27일 뒤에 열렸다. 정부는 그 나흘 뒤인 작년 12월 16일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올렸다. 일부 자치단체는 방역의 허술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국정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지만, 가축전염병 방역 같은 기본적인 정부 기능은 원활히 수행돼야 한다. 가축전염병이 일단 퍼지면 축산 농가는 물론 정부, 자치단체가 책임져야 할 손실이 너무 크다. 농식품부가 지난달 국회에 낸 현안보고 자료를 보면 전국 70개 시·군·구에는 가축 방역관이 아예 없었다고 한다. 정부는 가축전염병에 대한 방역과 대응매뉴얼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방역전문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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