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 의해 카톡방 초대…스팸설정도 소용없어…"조직적 문자테러 의심"

(동양일보) 범여권 소속 국회의원들이 휴대전화번호 노출 사고의 후폭풍에서 여전히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범여권 의원들의 휴대전화번호가 대거 유출된 시점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새누리당이란 '한 지붕' 아래 모여있던 지난해 연말이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표결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탄핵 찬반의원 명단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이와 맞물려 새누리당 의원들의 휴대전화번호가 온라인상에 유출된 것이 시발점이었다.

일부 의원들은 연락처를 바꿨지만 새로운 연락처가 재차 유출되기도 했고, 상당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기며 연락처를 변경하지 않았다.

그러나 탄핵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범여 의원들을 향한 시민들의 문자공세는 여전히 계속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장외에서 태극기 집회와 촛불 집회 세력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가 쇄도하고 있다는 게 의원들의 얘기다.

특히 박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며 분당한 바른정당 의원들은 '분당은 곧 보수분열'로 보는 일부 보수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항의 문자에 시달리고 있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도 지난 16일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에 출연해 "저의 휴대전화에 읽지 않은 문자가 2만7400개 정도라 문자 앱(애플리케이션)이 잘 작동이 안 된다"며 "악플보다 10배는 심한 욕설도 많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또 다른 바른정당 의원도 19일 "부모님께 온 메시지를 읽으려고 문자 앱을 작동시킨 그사이에도 수많은 문자가 쌓여 제대로 문자를 읽기 어려울 지경"이라 밝혔다.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탄핵 찬성 세력으로부터 문자폭탄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태극기 집회 세력으로부터도 탄핵 기각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카톡과 문자메시지를 하루에도 수백 통씩 받기도 한다.

앞서 탄핵 반대를 주장했던 한 의원은 통화에서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카톡방에 초대되고, 그 채팅방에 각종 뉴스링크와 탄핵이 기각돼야 하는 이유 등을 설명하는 카톡이 계속 올라온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일부 의원은 '탄핵'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문자메시지는 받지 않도록 스팸 설정을 하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탄·핵' 또는 '탄/핵'으로 표기된 메시지들이 쏟아져 무위로 돌아갔다.

또 다른 의원은 통화에서 "어떤 때에는 의원들이 한자리에 앉아있다가 동시에 문자메시지를 받기도 하는데, 조직적인 문자테러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도 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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