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림 청주시흥덕구선관위 지도홍보계장

주말, 이제 막 30개월 된 아들 녀석을 데리고 키즈카페로 향했다. 아이는 전에도 몇 번 키즈 카페에 가본 적이 있지만 이번에 간 곳은 처음이다. 아이와 함께 카페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며 나가자고 소리를 지른다. “여기 지안이가 좋아하는 키즈 카페야, 어서 들어가자” 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 가려는데 아이는 뒷걸음질 치며 “안가, 안가”를 외쳐댄다. 어쩔 수없이 아이를 억지로 안아 카페로 들어섰을 때 아이는 형형색색의 놀이기구에 언제 그랬냐는 듯 내 손을 뿌리치며 혼자 재빨리 달려가 버린다.

이런 황당한 상황은 어떤 이유에서 벌어졌을까. 아마도 아이는 일전에 병원에서 겪었던 나름의 고초를 떠올리며 그와 비슷한 건물에 들어서자 이번에도 “나를 아프게 한 병원이구나” 지레짐작한 것이다. 아이는 왜 내 말을 믿지 않았을까. 추측이긴 하지만 자신의 경험과 인식 범위 안에서의 판단이 이곳은 “병원이다”라는 강한 신념으로 형성되어 내 얘기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것이다.

아이가 아직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에 너무 어리고 미성숙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와 같은 모습이 비단 아이들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만의 신념이 강한 고집스러움으로 자리 잡아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주장을 배격하고자 하는 모습은 특히 정치에 관한 대화를 할 때 자주 발생한다.

“정치적인 신념은 비정치적 신념보다 훨씬 바뀌기 어렵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많은 이들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상충되는 상대방의 주장에 공격적이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칫 큰 언쟁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아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 관계에서도 정치 얘기는 하는 게 아니라고들 하니 대다수 국민의 정치적인 신념은 일정부분 편향성을 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우리는 보고 싶은 소식만 보고, 듣고 싶은 뉴스만 듣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경향이 정치적 편향성과 맞물려 요즘 사회이슈화 되고 있는 ‘가짜(Fake) 뉴스’가 탄생하게 된다.

선거에 있어 가짜뉴스는 지난 미국 대선에 있어 이미 큰 화두로 등장하였으며, 프랑스 등 다른 나라의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로 문제화 되고 있다. 금년도 실시되는 우리나라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더 활개를 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네거티브에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가짜뉴스는 생산주체가 불확실하고 내용이 자극적이어서 그 확산속도가 빠르다. 때문에, 정정보도가 나가더라도 이미 확산된 가짜에 매몰될 우려가 크다.

가짜뉴스 속 거짓이 사실처럼 번졌을 때 그 해악은 심각하다. 가짜뉴스에 의하여 생산된 거짓 정보가 유권자의 후보자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면 투표결과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가짜뉴스는 다른 의견은 들으려 하지 않는 편향된 정보 향유를 매개로 하기에 진실한 사실에 기초한 토론은 진행될 수 없고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대화를 불가능하게 하여 결국 민주주의의 기반을 잃게 할 것이다.

가짜뉴스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청 등 공공기관이 제지에 나서고 있지만 이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개개인이 합리적 의심을 통해 거짓을 구분하고 자신의 성향에 맞는 정보를 우선시하기보다 정확성에 가치를 두고 정보를 소비해야 가짜뉴스의 생산을 원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역량을 바탕으로 스스로 참여하여 거짓을 진실로 이겨내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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