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추가 의심사례가 1주일째 발생하지 않으면서 방역당국과 축산농가에서 조기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현재 지난 5일 충북 보은 젖소농가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은 13일 보은에서 3건이 한꺼번에 발생한 이후 추가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방역당국은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온 보은 7개 소 농장과 역학 관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 도내 우제류 사육농장 387곳 중 197곳 농장에 대한 능동 모니터링을 해제했다.
구제역 발생이 잇따른 보은지역은 21일이면 백신 접종 2주일이 된다. 방역당국은 안정적인 구제역 항체 형성기가 도래하면서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구제역은 2000년 이후에만 모두 여덟 차례 발생했다. 살처분 비용과 생계안정자금 등 이 기간에 들어간 혈세만 3조3127억원에 달한다.
특히 2010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우제류 348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 사상 최악의 구제역 사태 와중에 정부는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
소 50마리 이상을 기르는 농가는 비용의 50%를 정부에서 지원받아 직접 접종하고 소규모 농가는 수의사가 무료로 접종하게 돼 있다.
이 같은 접종 의무화 이후 3년간 사라졌던 구제역은 2014년 7월 23일 재발해 보름간 이어졌다. 같은 해 12월 발생한 구제역이 이듬해 4월까지 147일간 잡히지 않아 소와 돼지 17만3000마리가 살처분됐다.
지난해 1~3월에도 45일간 돼지 3만3000마리가 구제역으로 살처분됐다.
올해는 충북 보은의 한 농장에서 일부 젖소가 확진 판정을 받은 시작으로 전국 9곳에서 감염사례가 확인됐다.
보은이 7건으로 가장 많고, 전북 정읍 1건, 경기 연천 1건 등이다. 이중 연천만 A형 구제역이 발생했으며 나머지는 모두 O형이다. 지금까지 도살 처분된 소는 보은 14개 농장 986마리 등 21개 농장 1425마리에 달한다.
당국은 지난 12일까지 전국 소 283만 마리에 대한 O형 백신 일제 접종을 완료했으며 A형 구제역 발생한 연천지역 내 돼지와 염소, 사슴 12만2000마리에 대해서는 19일까지 O+A형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보은지역에서 지난 19일까지 1단계 ‘5일 소독 총력전’을 추진한 방역당국은 20~24일 닷새 동안 군(軍) 제독차 6대와 군 병력 44명, 관계 공무원들과 농협 지원 인력 등을 투입하는 2단계 소독 총력전에 나선다.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가축시장 폐쇄 시한을 당초 18일에서 26일까지 연장했다.
방역당국은 구제역 확산을 막는 데에 끝까지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러나 복합형까지 등장한 이번 구제역 발생을 계기로 방역 정책에 문제점이 없는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상당수 농장의 백신 접종 항체 형성률이 당국이 파악한 것보다 극히 낮게 나온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표본조사를 근거로 지난해 12월 현재 소의 항체 형성률이 전국 평균 97.5%라고 추정했으나 이번에 발생한 농장 중에는 실제 5%에 불과한 곳도 있었다. 정부의 백신 접종 관리가 허술하고 일부농가의 도덕적 해이가 겹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당국은 방역 시스템을 원점에서부터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국내 환경에 맞는 한국형 백신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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