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 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충북 사람들, 그중에서도 청주사람들은 경부선 철도를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서울~부산을 잇는 경부선 철도가 개통(1905년 1월1일) 된 지 10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경부선 철도는 여전히 청주사람들에겐 한(恨 )으로 남는다.
여러 얘기들이 있지만, 경부선 철도가 청주를 통과하지 않고 조치원~대전으로 결정된 데는 청주지역 보수 유림층의 반대 때문이었다는 게 정설처럼 전해져 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시 일제가 청주 통과를 강행하려 했다면 아무리 보수 유림들의 반대가 있다고 해서 그 정도 하나 밀어붙이지 못했겠느냐는 반론도 있긴 하다.
아무튼 경부선 철도는 최단구간인 청주를 비켜갔다. 조선시대 전통적인 간선 교통축을 붕괴시켜 비효율적이고 왜곡된 국토공간축을 탄생시킨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결과는 어떤가. 경부선과 호남선이 분기하는 유일한 도시 대전은 영남과 호남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교통요충지로 부상, 획기적인 도시발전을 가져왔다.
그러는 사이 청주사람들은 커져만 가는 대전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만 봐야 했다. 이제와서 가슴을 치고 후회한들 뭣하랴.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제2의 경부선 철도 사태’를 되풀이해선 안된다는 결기를 다지는 길만이 뒤처짐을 방지할 것이다.
요즘 충북에서는 서울~세종고속도로(제2경부선) 청주 경유냐, 중부고속도로 확장이냐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충북도는 중부고속도로 남이~호법구간을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하자는 입장이고 청주시와 민간단체에서는 신설되는 제2경부선 노선을 청주로 경유시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의견이 충돌하자 충북도와 청주시는 공동으로 대한교통학회에 제2경부선이 청주를 경유할 경우 중부고속도로 확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한 용역을 의뢰, 이달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부고속도로 확장 사업 타당성 재조사를 추진중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중간 점검에서 B/C(비용 편익 비율)이 낮게 나온 것으로 알려져 확장에 매달려 온 충북도를 긴장시키고 있다. 따라서 충북도는 전 구간이 어렵다면 서청주~증평 또는 서청주~진천 구간 우선 추진으로 선회, 각개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첫 삽부터 뜨고 보자는 거다.
그렇다면 충북도는 왜 중부고속도 확장에만 ‘몰빵’하는가. 중부고속도로 확장이 처음 추진된 것은 제2경부선보다 앞선 2001년이다. 중부고속도로가 통과하는 경기와 충북 진천·음성지역에 1만여개의 기업들이 입주해 교통량이 증가, 물류수송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당시엔 B/C가 1.261이 나오고 실시설계에 이어 도로구역 변경 결정고시까지 하는 등 순항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시절인 2008년 제2경부선 사업이 30대 선도프로젝트에 반영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당초 제2경부선 노선은 서울~진천~오창~남이(청주)로 연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노선은 서울~세종고속도로로 명명되면서 청주 경유를 배제시키고 서울~안성~서세종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의 중심엔 이해찬 국회의원(세종)이 있고 충청권 광역단체장과 더불어민주당 일부 국회의원이 들러리를 섰다. 청주 경유를 결코 빼앗겨서는 안될 이시종 지사도 공동합의문에 서명하는 치명적 악수를 뒀다. 이 지사는 중부고속도가 확장되려면 서울~세종고속도로가 청주에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만큼 중부고속도 확장에 올인하고 있다. 이 사업이 자신의 공약이어서다.
서울~세종고속도로가 청주를 경유하면 경부고속도와 중부고속도로 차량을 흡수해 교통흐름이 빨라질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중부고속도 혼잡구간은 60% 감소하고 통행속도도 시간당 10㎞ 단축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그렇다면 굳이 막대한 국민혈세를 들여 확장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선 민자로 추진되는 서울~세종고속도로의 청주 경유를 실현시키고 그런 뒤에도 차량 증가로 중부고속도로 교통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다면 그때 가서 확장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
물론 동시에 둘 다 추진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선 순위가 무엇인지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도로는 한번 건설되면 끝이다. 노선을 바꿀수 없다. 과거 경부선 철도를 놓쳐 후대들이 겪었던 한을 또 물려 줄 것인가.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