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훈 <청주시상수도사업본부장>

필자가 태어난 곳은 옛 청원군에서 유일하게 고을 현(縣)이 있었던 문의면(文義面)이다. 문의의 유구한 역사를 구석기 시대의 두루봉 동굴 유적 및 유물, 여기서 발굴된 뼈로 복원한 동굴 곰이나 코뿔소가 증명하고 있다. 고려 때 일륜대사가 부처를 모실 명당을 찾아다니던 중 문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하였다고 한다.
“사방의 정기는 영명하다. 장래 ‘文(문)’과 ‘義(의)‘가 크게 일어나 숭상될 것이다. 육로와 수로가 사통팔달 했으니 부락과 인물이 번성하리라. 그러나 어이하랴, 향후 천년 뒤의 운세가 물에 잠겼음을 그 때 이르러 새 터전을 마련케 되리라.”
일륜대사의 예언에 의미를 더하고자 노력하신 필자의 작은아버지 내외와 이분들이 설립하신 (재)희영 장학회에 대해 나는 남은 생애동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리 넉넉하지 못한 시골농부이신 할아버지 내외와 아들 다섯에 딸 하나, 육남매가 어울려 생활한 그 시대의 그저 평범한 시골 가정에서 자랐다. 다행히도 아버지 형제분들은 의좋은 형제로 소문이 날 정도로 우애가 좋으셨기 때문에 화목했고 이를 바탕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셨다. 이는 우리 집안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지금도 이러한 성장배경은 그 어떠한 것보다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더 내 인생에 성장판이자 나침판 역할을 해주시 분들은 작은 아버지 내외이시다.
이 분들은 이 지역에서 태어나서 평생을 후진양성을 위해 살아오신 분들이다.
작은 아버지는 문의 초등학교를 졸업하시고 중학교에 입학하셔야 했지만, 그 당시 문의에는 중학교가 없어 진학하지 못하고 농사를 지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작은 아버지는 강한 의지로 충북도내에서 우수한 학생들로만 선발되는 청주중학교에 20대 1이 넘는 경쟁관문을 뚫고 당시 문의초 졸업생 중 유일하게 진학을 하셨다. 
당시에는 집에서 학교까지 버스도 없었고 청주에 친인척도 없어 할 수 없이 14살의 어린나이에 홀로 왕복 20km가 넘는 중·고등학교를 6년간 걸어서 통학을 하셨다. 작은 아버지는 어린나이에 벅찬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이 시골에서 어렵게 마련해 주시는 돈과 형제들이 절약해서 한푼 두푼 모아주는 돈의 의미가 가족의 사랑과 희생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었다고 전한다.
다시 대학진학이라는 어려움이 닥쳐왔다. 당시 시골의 여느 집처럼 대학진학을 할 수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가족 모두 근심으로 하루하루를 보낼 때 다행히도 고모부께서 대학에 합격하면 입학금을 내주시겠다는 말씀을 주셨고, 가족들은 뛸 듯이 기뻐했단다. 결국 작은 아버지는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문리사범대학 영어과에 지원을 하셨고 끝내 합격해 가족들에게 큰 기쁨을 주셨다. 이후 내가 태어난 1958년 교직임용 돼 1994년 퇴직하실 때까지 36년간 후진양성에 전념하셨다. 작은 아버지는 이러한 성장과정을 거치며 도와주신 분들에게 은혜를 꼭 보답하고자 지원이 필요한 우수한 인재들에게 도움을 주어야겠다는 각오와 사명감을 가지게 되셨단다. 
1992년 작은 어머니(최영희)께서 명예퇴직 하시면서 받은 퇴직금 전액과 작은 아버지의 퇴직금, 일부 사재를 합쳐 3억3000여 만 원의 재원을 출자해 재단법인 ‘희영장학회(이사장 이은영)’를 설립하셨다. 장학회는 2017년 현재까지 충북도내 중·고등학생, 대학생 461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지난 25년간 장학금을 받은 이들은 충북 뿐만이 아니라 전국 각계각층에서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국제라이온스연합 356-D(충북)지구와 CJB청주방송이 주최한 1회 충북봉사대상에 수장자로 선정되셨다.
어려운 형편에 있는 많은 꿈나무들에게 학업에 정진할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주고 나라발전에 공헌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하고 싶으시다는 이사장 내외의 뜻이 사회에 다소 전달된 것으로 보며, 이를 계기로 이분들의 소망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시기를 기원해 본다.
세상이 여러 가지 일로 어지럽고 가늠할 수 없는 단위의 돈들이 불미스러운 일들에 거론되는 것을 보면서 작은아버지 내외가 후진양성과 국가발전에 헌신하신 진정성에 더욱 존경을 표하게 되며, 나 또한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더욱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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