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애(논설위원/충북대 교수)

▲ 권수애(논설위원/충북대 교수)

2월 중반기에 들어서면서 각 대학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졸업식으로 학생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입학을 앞둔 학생들의 활발한 움직임에 비해 빛나는 학위를 받는 졸업생들의 축하 장소는 이전보다 가라앉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대학은 통상 4년을 다니고 졸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기졸업이라는 제도가 있을 때는 한 학기에 가능한 많은 학점을 수강하거나 계절제 학기를 이용해가며 4년의 수업연한을 단축하여 졸업하려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어학연수나 취업준비를 위해 휴학을 하거나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다 이수하고서도 졸업유예라는 제도를 활용해서 졸업시기를 늦추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같은 해에 입학해도 졸업하는 시기가 매우 다양해졌다. 벌써 졸업했으려니 했던 학생이 이번 학기에 졸업하게 되었다고 인사를 와서야 아직 학교에 적을 두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된다.
  정작 졸업을 하고나면 취업 기회가 더 줄어들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졸업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졸업 후 1, 2년 내에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면 장기 미취업자가 되기 쉽다는 속설을 흘려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 시 남성은 28.2세, 여성은 26.4세를 각각 제한 연령으로 적용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고, 연령에 제한을 둔다고 밝힌 기업들은 이 기준을 초과한 응시자에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하니 졸업을 앞둔 20대 구직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막상 졸업을 하고나서 취업이 여의치 못하면 비자발적 프리터족이 된다. 프리터족은 영어의 프리(Free;자유)와 독일어의 아르바이터(arbeiter; 노동자), 그리고 한자 족(族; 같은 부류)의 합성어로 1980~199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집단소속을 꺼리고 필요한 돈이 모아질 때까지만 일한 뒤 쉽게 떠나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다 해서 붙여진 말이라고 한다. 아르바이트를 하여 필요한 돈이 모이면 일을 그만두고 취미 생활에 몰두하며 그동안 모아둔 돈을 다 쓰면 새로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 돈을 모아 다시 써버리는 생활을 반복하는 자발적 프리터족이 2001년 일본에서 15~34세 인구의 21.2% 정도에 달했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는 아르바이트로 정규직 직원에 비해 더 많이 벌 수 있으며 주민세 연금, 보혐료 등 세금도 거의 내지 않아 프리터의 삶을 택하는 청년들이 많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최근 경기 침체로 고용불안 현상이 심화되면서 비정규직, 비경제활동 인구 중 취업 준비자를 지칭하는 말로 폭 넓게 사용되고 있다. 경제 불황으로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생계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수 밖에 없는 비자발적 프리터가 대다수이다. 작년 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20세 이상의 30% 정도가 자신이 프리터족이라고 응답했으며 이 중 20대와 3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였다. 최근에는 편의점과 주유소,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중장년층이 증가하고 있어 이제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두고도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가 경쟁해야 할 판이다.
  프리터족의 증가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업률 상승, 직업의 전문성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직접세가 감소하며 국민연금의 상황이 곤란해진다. 청년들의 고용불안은 결혼연령이 늦추어지거나 아예 결혼을 포기하게 되어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를 초래한다. 초혼연령이 점점 높아지는 최근의 현상이 취업난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 아직도 잔재하는 가부장적인 문화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신혼집 장만에 대한 경제적 부담 등이 결혼과 관련해서 남성들에게 가장 큰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청년 취업난이 극심한 현실에서 이런 부담감은 남성들에게 결혼을 망설이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내 집 마련은 포기한다고 해도 만만치 않은 월세 비용은 프리터족에게 결혼생활을 감당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한다. 청년 고용정책의 중요성을 피력하는 사람은 많지만 효율적인 대안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국회 마저도 인턴사원의 고용기간을 11개월로 정해 놓아 프리터족 증가에 보태고 있는 것 같다. 근시안적이고 일시적인 정책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인간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욕구에 집착한 산업 발전이 우리에게 불리한 영향의 부메랑이 된 점도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도 이에 따른 고용 변화에 대해 미래지향적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기계의 인터넷 사용률이 인간의 사용률을 초과하고 있는 시점에서 인터넷의 역작용을 생각하면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인간성을 존중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여 비자발적 프리터족에게 행복한 직업을 안겨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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