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반면교사로) 불확실성 시대에 국가가 생존하기 위해선 지방자치의 다양성부터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21일 정치권과 지방4대 협의체가 국회에 모여 지방분권 개헌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토론자로 나선 이시종 충북지사가 한 말이다.
이 지사는 이날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를 대표하는 토론자로 나서 이처럼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날 자리에서 이 지사가 빛난 이유는 기초단체장과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등을 두루 거친 그의 생생한 경험이 그대로 배어났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권력이 대통령 1인, 중앙정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발생하는 각종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지방분권형 개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치와 중앙정치란 차이는 있겠지만 권력분산을 통해 부패 고리를 끊자는 구상은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주장했던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생각과 닮아 있다.
이 지사는 지방자치 발전의 가장 큰 저해 요인으로 중앙정부에 종속된 지자체의 재정운영을 꼽고 지방분권형 개헌을 통해 지자체의 주요정책을 조례나 규칙으로 정할 수 있도록 자치입법권은 물론 자치조직권, 자주재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는 중앙정부의 과도한 제한이 각 지역의 자율적인 의사결정과 창의적인 지역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불확실성 시대의 생존을 위한 지방자치의 다양성 인정을 주문했다.
아울러 이 지사는 현행 헌법이 지방자치를 규정한 조항이 고작 2개에 불과해 광범위한 지방자치를 담아내기에 역부족인 상황을 전하며 새로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열어 갈 미래지향적 헌법은 지방분권형 헌법이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 지사의 소신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선당 후사’란 정당정치의 현실에서 당직을 가진 단체장이 자신이 속해 있는 정당의 대권후보가 시기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개헌 논의에 가세하기란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다.
물론 대선후보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공감해 서울 집중으로 인한 폐해를 극복할 미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형 공화국을 만들겠다고 한 발언을 잘 안다.
하지만 그는 ‘불행한 대한민국’을 더 이상 만들지 않기 위해 조기개헌을 실현하자는 대다수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여·야 3당의 공세를 버텨가며 자신에게 유리한 대선 프레임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이에 따라 같은 날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공통분모로 대선 전에 단일 개헌안을 마련하는 데 뜻을 같이 하며 민주당을 삼각 포위망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대통령이 외치, 총리가 내치를 맡는 이원집정부제를 제시했으며, 한국당은 이원집정부제에 한 발 더 나아가 총리가 국정 전반을 담당하는 사실상의 내각제를 함께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개헌 논의에 지방4대 협의체도 힘을 실어 진정한 지방분권형 개헌을 하루 빨리 이뤄내 더 이상의 불행한 국민을 만들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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