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질질 끌고가는 모습 온당치 않다"…당 지도부·친문진영에 일갈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열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에서 강연하고 있다.

(동양일보) 야권발 정계개편의 마지막 변수로 거론돼온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23일 직접 대선 출마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김 전 대표가 출마를 최종 결심한다면 이는 곧 '탈당'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조기대선 국면에서 추가 지형재편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그동안 "적절한 때가 되면 밝히겠다"며 거취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피해왔던 김 전 대표는 이날 자유한국당 원내외 인사 모임인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의 조찬포럼 강연에서 '안개화법'을 일부 걷어냈다.

대선 출마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답하기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라며 "나라가 어려운 사태에 놓여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나라가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을 보겠다는 말로 갈음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던 노태우 정부 시절 '50대 대통령론'을 꿈꿨던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출마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 틀려요 틀려"라며 "나에겐 뉴스가 없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그의 발언을 두고 야권 안팎에서는 대선 도전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전 대표가 출사표를 던진다면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자신을 구원등판 하게 한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대선의 길목에서 대척점에 서는 역설적 상황이 연출되는 셈이다.

뮌헨 안보회의 참석차 4박5일 일정으로 독일에 갔다 지난 21일 귀국한 김 전 대표는 독일 방문기간 생각을 가다듬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지율 돌풍을 보이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선한 의지' 발언 역풍으로 주춤하게 된 상황도 본인의 진로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김 전 대표가 대선도전 쪽으로 최종 결심을 굳힐 경우 탈당해 일단 제3지대에서 개헌을 고리로 자신이 '비패권지대'로 명명해온 비문(비문재인)연대의 구심점을 자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힘이 실린다. 지난 15일 회동한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정의화 국회의장 등 여야를 넘나드는 개헌파들과 '빅텐트'의 불씨를 다시 살려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개헌을 고리로 깃발을 든 뒤 김 전 대표가 '3년 임기단축 대통령론'으로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 과정에서 바른정당도 연대 대상으로 거론되며, 국민의당의 경우 당장 입당하진 않겠지만 일단 경선을 통해 후보가 정해지면 어떤 식으로든 손을 잡을 것이라는 시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가질지를 놓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김 전 대표는 거취 표명 시점으로 '약 일주일 후'를 꼽았지만, 탄핵 심판 결정 시기와 연동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대선 출마 쪽으로 기운 것 같다. 출마한다면 그건 무조건 탈당한다는 뜻"이라면서도 "여러가지 상황이 유동적이어서 아직 단정할 순 없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당 개헌파 워크숍에서 "이번 개헌 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며 "정치권 이해관계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개헌 문제를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집권이 가능한데 뭐 때문에 개헌을 하나. 이대로 가면 편하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게 고질적 정당문화의 폐단"이라고 당 지도부와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향해 일갈했다.

이어 "지금 개헌과 관련해 당론이 없다는 게 문제이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개헌을 질질 끌고 가는 모습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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