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어느 날 후배가 유치원생인 아들을 데리고 놀이터에 갔다가 1000원을 구걸(?)하는 한 초등학생을 만났다고 했다. 초등학생의 사연인 즉 ‘학원 뺑뺑이’를 돌던 중 배가 고파 간식을 사먹기 위해 모르는 사람에게 구걸을 했다는 것이다. 곧 초등학교에 들어갈 아이를 둔 워킹맘으로서 남의 일 같지 않아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지난해 12월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영·유아의 사교육 노출’ 보고서에 따르면 만 2세 아동의 35.5%, 만 5세의 83.6%가 사교육을 받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한 다른 연구인 ‘2016 육아문화 인식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초등 저학년(만 7~9세)의 경우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 중 사교육비 비중은 64.1%에 달했다. 응답자의 33.3%는 육아비용 지출이 ‘매우 부담된다’고, 56.7%는 ‘조금 부담된다’고 답했다.

아이들의 사교육은 대부분 백화점이나 마트의 문화센터 프로그램으로부터 시작한다. 어린이집, 유치원에 들어가면 국어, 수학, 영어 학습지는 기본이 되고 여기에 피아노, 발레, 미술, 태권도 학원 등이 추가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학원 뺑뺑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오후 5~6시까지도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어린이집, 유치원과 달리 하교 시간이 급격히 빨라지기 때문에 맞벌이 가정에서는 아이들을 학원으로 돌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내 아이가 뒤처질까봐 염려하는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 학원들의 마케팅도 사교육의 광풍을 날로 거세게 한다.

많은 초등학교 교사들은 취학을 앞둔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행학습이나 사교육이 아니라 기본 생활습관과 예절 익히기, 책 읽기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부모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 같은 조기 사교육 문제와 이로 인한 지나친 육아 비용 부담은 결국 저출산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대학에 이어 고등학교까지 서열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이지만 실마리는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 교육부에서 취학 전 아이들이 학습에 지나치게 매달리지 않도록 한글은 공교육에서 책임진다고 나선 것이다. 올해 초등학교 1,2학년부터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1~2학년을 합쳐 한글교육 시간이 기존 27시간에서 60여 시간으로 대폭 늘었고 반면 한글을 알고 입학했다는 가정 하에 실시했던 수학의 ‘스토리텔링’ 비중은 줄었다. 그 흔한 학습지 하나 시키지 않는 엄마로서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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