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논설위원/유원대 교수)

▲ 백기영(논설위원/유원대 교수)

도시공간을 일시적으로 활용하는 많은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 도시계획이 공간의 장기적 사용을 정하는 것임에 반해, 북미, 유럽에서  등장하고 있는 일시적 활용이란 소규모의 임시 정책을 통해 도시공간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가건물 또는 부지의 일시적 사용은 부차적인 것 또는 개발행위의 실패로 간주하였으나, 이제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도시에 다양한 활동들이 대두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도시공간의 일시적 활용은 자투리 토지를 텃밭으로 일구는 커뮤니티 가든, 빈점포 및 가건물을 활용한 팝업 스토어, 거리전체를 축제의 장소로 이용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일시적이며 임시적으로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전술적 도시론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양상은 미국의 도시계획 관련 뉴스 웹사이트에 2011년 주요 도시 계획 트렌드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게릴라 가드닝은 도심 곳곳 버려진 자투리 땅이나 돌보지 않는 거리 빈터에 정원을 만드는 시민참여 도시녹화운동이다. 1970년 미국 뉴욕거리의 한 공터에서 한밤중에 예술가 리즈가 주축이 되어 지저분한 공터의 쓰레기를 치워버리고 꽃밭을 만들었다. 뉴욕의 시민들은 쓰레기로 가득했던 빈터가 꽃밭으로 변해 있는 모습을 반겼지만, 땅 주인으로부터 불법침입으로 소송을 당한다. 이에 리즈는 다시 땅의 주인을 상대로 자신의 땅이라 할지라도 이웃에게 불편을 끼치고 관리를 하지 않은 채 방치하는 것은 땅에 대한 권리가 없다는 취지의 역소송을 진행한다. 이 소송은 무려 7년 동안이나 지속됐는데, 뉴욕 타임즈가 대대적으로 보도를 하면서 그린 게릴라 운동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 결국 뉴욕시에서 이 땅을 사들여 공공을 위한 공원으로 만들어주는 것으로 일단락이 났고, 이후 리즈의 사례는 세계적으로 게릴라 가드닝이라는 운동을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팝업 스토어는 짧은 기간 운영하는 임시매장을 의미하며, 인터넷 웹페이지에서 떳다 사라지는 팝업창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몇 개월씩 문을 열기도 한다. 2002년 미국 대형할인점 타깃이 신규 매장을 설치할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설치한 임시매장이 팝업 스토어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시장에 새로 뛰어드는 브랜드나 제품에 대해 초기 투자비용을 낮춤과 동시에 현장에서 고객 반응을 살피고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팝업 스토어의 형태로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이 나타난 것이다. 그 형태는 가건물,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하거나, 건물 임대기간 사이에 공간이 비어있는 타 매장을 빌려 사용하는 등 장소의 유연성 때문에 대규모의 자본을 사용하지 않고 효과적인 마케팅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렇듯 변화되는 소비행태에 대응하기 위해 팝업 비즈니스, 점포공유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등장하는 등 공간사용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다. 이러한 공간사용의 다양화는 경제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임대료 등 점포 운영비를 절감하고 업종간의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 한 점포에서 시차를 두고 두 가지 업종으로 영업하는 방식인 점포공유, 샵인샵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술적 도시론의 프로젝트들은 대부분은 허가 없이 시민에 의해 자체적으로 시작했다가 성공하게 되면 정부가 승인한 프로젝트가 되거나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가로, 블록, 필지 단위의 도로, 공터, 빈 건물 등에서 진행된 프로젝트로, 포장된 지역을 비포장으로 바꾸기, 잡초에 색칠하기, 폐가구를 활용하여 만든 의자를 공공공간에 배치하기 등 발상의 전환을 통한 신선한 아이디어로 진행되고 있다.
도시공간의 일시적 활용과 전술적 도시론은 시민과 정부 및 개발업자들로 하여금 경기침체에 대한 대응으로, 도시개발 지연과 님비현상의 해결방법으로 시작된다. 여기에 도시를 스스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젊은 사람들이 도시를 변화시키고,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온라인 매체의 발달이 융합되면서 전술적 도시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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