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우 변호사가 헌법재판소에서 벌인 ‘막말 논란’은 헌재의 권위와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법조인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품격마저 찾아볼 수 없는, 참으로 어처구없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법정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 변호사는 22일 열린 16차 변론 재판정에서 ‘막말 퍼레이드’를 펼쳤다. 이미 15차 변론 때도 “당뇨를 앓고 있으니 밥 먹고 하자”는 말로 빈축을 샀던 터였기에 이날 벌어진 막말들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김 변호사가 이날 작심하고 쏟아낸 거친 언사들은 1시간 30분 넘게 진행됐다. 헌재에서의 ‘필리버스터’였다. 시간 지연 전술에, 하고 싶은 말은 가리지 않고 쏟아내고 보자는 심산은 하나의 ‘덤’이었다.
“뇌물, 직권남용, 강요죄를 더한 동서고금에 없는 ‘섞어찌개’ 범죄를 만들어 탄핵소추를 했다.” “대통령에게 소추 내용도 안 알려주는 게 세상에 어디 있느냐. 북한에서만 있는 정치 탄압이다.” “야당의원들은 탄핵을 의결하며 총 사직서를 내고 투표를 했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이 무슨 야쿠자인가.” 등등.
대통령 측 법정대리인이라면 탄핵 기각을 위해 면밀하고 치밀한 ‘법리적 무기’를 마련해 대응했어야 마땅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 탄핵 소추위에 대항할 수 있는 정교하게 벼린 칼이 필요했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하게 치열한 공부가 필요했다. 그러나 이날 발언들은 개인의 왜곡된 견해에 여론의 외피를 덧씌워 정제되지 않은 채 속사포처럼 쏘아댄 ‘자기 만족’에 불과했다.
‘공정과 신속’을 화두로 그동안 쉼없이 재판을 진행해 온 헌법재판관들에 대해서도 김 변호사는 막말을 퍼부었다.
“강일원 재판관은 법관이 아니라 국회 수석 대변인이다.” “이정미 재판관이 자신의 퇴임에 맞춰서 재판을 과속으로 진행하는 거야말로 국정 불안으로 국민들을 몰고 가는 거다. 국회 소추위원장하고 한 편을 먹고 뛰는 것 같다.” 등등.
이런 발언은 헌재의 재판과정에서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비상식적인 것들이었다. 국민적 여론의 80% 가량이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상황에다 그동안 헌재에서 진행돼온 탄핵심판의 과정이 ‘탄핵 인용’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한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에 ‘꿈틀’했을 수도 있다. 해서 어차피 법리적 싸움으로 안된다면 여론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전략이었는지도 모른다. 또 탄핵이 인용될 경우 ‘태극기 집회’를 통해 반격을 꾀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행태였다. ‘가족도 없는 여자 대통령’ 운운은 하이라이트였다. 이는 여성성과 나약성을 ‘등가관계’로 엮는 여성비하일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국가의 수반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역량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면제해버리는 언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측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헌재는 최종변론을 24일에서 27일로 연기했다. 이에 따라 3월 초면 최종 결론이 날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탄핵이 기각되면 촛불집회가 들고 일어날 것이고, 인용되면 태극기집회가 잇따를 것이다. ‘대통령 부재’의 정치적 혼란과 공백이 두달째 계속되고 있다. 헌재의 심판 내용이 무엇이든 우리는 이제 국민들 사이 깊게 패인 그 ‘간극’을 메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헌재의 ‘법적 정의’를 믿고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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