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표결' 때와 비슷한 양상…"민주당 개헌파 34명이 관건" vs '빅텐트'와 맞물려 폭발력 낼까…'문재인 포위' 압박수위 끌어올려

(동양일보)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여야 3당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자는 헌법 개정론을 기초로 한 '개헌 연대' 성사를 위해 '문재인 포위 전선'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대선 전 개헌'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국민의당도 조속한 개헌 추진에 힘을 보탠 것이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24일 3당의 단일 개헌안을 조속히 만들겠다고 밝히며 "당장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고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하는 대선 주자는 개혁에 저항하는 수구세력"이라고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했다.

한국당 개헌특위 이철우 위원장도 "대선주자 몇 사람의 반대 때문에 개헌을 못 하면 국회가 국민에 역사적으로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오른쪽)가 24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당 문병호 최고위원은 "문 전 대표는 겉으로는 묵묵부답, 속으로는 개헌을 반대하고 있다"며 "이유는 오직 대통령에 눈이 멀어서"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조배숙 최고위원도 "각 당의 개헌안 내용은 다르지만, 개헌을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대로 가면 정권 잡는데 뭐하러 개헌하느냐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바른정당은 이기재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남은 것은 민주당뿐"이라며 "정치 개혁의 중요한 분기점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원내 제2·3·4당이 의견을 모은 개헌론은 지난해 말 여야 의원 234명의 찬성으로 통과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를 앞둔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 탄핵안 가결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갈라지기 전 원내 제1당인 새누리당 내 비박(비박근혜) 의원들의 찬성이 결정적이었다. 새누리당 소속 128명 가운데 6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개헌은 탄핵과 마찬가지로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결국 121석을 보유한 민주당 의원들의 찬성 없이는 불가능한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한국당 94명, 국민의당 39명, 바른정당 32명에 여권 성향의 무소속 2명을 더해도 167명에 불과하다"며 "민주당 '개헌파'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비문(비문재인)이 주축인 민주당 개헌파 의원 34명은 전날부터 연이틀 개헌 워크숍을 열었다. 이들을 다 합쳐야 201명으로 개헌 정족수를 간신히 넘긴다.

개헌 추진에 뜻을 모은 여야 3당이 일제히 민주당과 문 전 대표를 압박하고 나선 것은 민주당의 비문 진영을 자극하려는 목적인 셈이다.

이처럼 여야 3당이 민주당과 문 전 대표를 포위 공격하는 형국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중도 진영에서 진행 중인 '개헌 빅텐트론'이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민주당 비문 진영의 구심점이면서 개헌에 적극적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다음 주 2차 회동을 모색하고 있다.

김 전 대표의 거취가 관건으로, 김 전 대표가 탈당할 경우 민주당 비문·개헌파와 국민의당·바른정당을 아우르는 제3지대 빅텐트를 만드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정치권의 개헌 동력이 커질수록 조기대선 정국에서 '비문 개헌연대'의 공간도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분권형으로의 권력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개헌론 역시 정권을 독자적으로 창출하기 어려운 진영에서 제기되는 만큼 '순수성'이 의심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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