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촉촉이(O)/촉촉히(X)

3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봄을 기다리며 봄소식을 알리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중 봄비는 새싹들이 물기를 머금어 잘 자랄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봄비로 땅에 물기가 있을 때 ‘땅이 촉촉이 젖었다.’라고 표현하는데, 이때 ‘촉촉이’는 ‘촉촉히’와 헷갈리기 쉽다.

한글맞춤법 제25항에서는 ‘-하다’가 붙는 용언 어간 뒤에서 부사의 끝 음절이 ‘이, 히’로 소리 나는 경우는 ‘-히’로 적고, ‘-하다’가 붙지만 부사의 끝 음절이 분명히 ‘이’로 소리 나는 경우에는 ‘-이’로 적는다고 규정하였다.

‘-하다’가 붙을 수 있는 어근에 부사화 접미사가 붙으면 [이]로도 발음되고 [히]로도 발음되지만, ‘ㄱ’ 받침으로 끝나면서 그 뒤에 ‘-하다’가 붙을 수 있는 파생 부사인 ‘촉촉이, 깊숙이, 끔찍이, 나직이, 수북이’ 등은 부사의 끝 음절이 분명히 [이]로만 나는 경우로 보아 ‘-이’로 적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물기가 있어 조금 젖은 듯이’라는 의미를 나타낼 때는 ‘촉촉이’로 표현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설겆이(X)/설거지(O)

일상생활에서 요리를 하고 음식을 먹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이후 뒷정리는 귀찮아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먹고 난 뒤의 그릇을 씻어 정리하는 일을 가리켜 ‘설겆이’라고 표현하기 쉬운데, ‘설거지’로 쓰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설거지’는 ‘설겆’과 ‘이’가 합쳐져 형성된 단어로 분석하기 어렵다. 또한 ‘설겆다’는 ‘설겆어라, 설겆으니, 설겆더니’와 같이 활용하여 사용하지 않는 말이다, 따라서 ‘설겆-’이란 어간은 현재 사용하지 않는 어간의 모습이다.

표준어규정 제20항에서는 이와 같이 사어(死語)가 되어 쓰이지 않게 된 단어는 고어로 처리하고 현재 널리 사용되는 단어를 표준어로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설겆-’은 표준어가 아니므로 ‘설겆-’을 염두에 두고 ‘설겆이’로 적는 것은 틀린 표현이며 ‘설거지’를 하는 행위를 나타낼 때는 ‘설거지하다’로 써야 한다.

<청주대 국어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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