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찬반집회가 사생결단식으로 치닫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특검수사가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면서 양측의 세 대결은 일촉즉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 취임 4주년인 지난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과 시청 앞 광장 등 전국의 주요도시에서는 박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와 기각을 요구하는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청주에서도 26일 처음으로 탄핵기각 집회가 열려 탄핵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오늘(27일)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이 끝나고 특검의 수사 종료를 하루 남긴 상황은 브레이크 없는 열차가 마주보고 달리는 형국이다.
결국 헌재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양측의 대결은 공휴일인 오는 3.1절에도 대규모 집회를 예고해 국론분열은 말할 것도 없고 물리적 충돌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은 경찰이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특검 수사팀을 24시간 밀착 경호하고 있는데서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헌법재판정과 서울 도심 한 가운데서 벌어지는 도가 넘는 막말은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대통령측 법률 대리인인 김평우 변호사는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양측 집회가 정면 충돌해 아스팔트길이 피로 덮일 것”이란 섬뜩한 말로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탄핵이 인용되면 내란이, 기각되면 혁명이 일어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로 뒤숭숭하다.
자수는 했지만, 한 20대 남성은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23일 오후 7시께 이같은 게시글을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온라인 카페에 올린 최모(25)씨를 협박 혐의로 입건했다. 최씨는 “이정미만 사라지면 탄핵 기각 아니냐”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정미가 판결 전에 사라져야 한다. 나는 이제 살 만큼 살았으니 나라를 구할 수만 있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적었다. 박영수 특검 자택 앞에서는 연일 특검팀을 비난하는 시위가 열려 신변을 위협하고 있다.
자유에는 한계가 있고 민주주의의 관용에도 한계가 있다. 백주에 살인과 테러를 말하고 내란을 선동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법치국가에서 헌법재판관을 살해협박하고 특검 테러를 주장하는 것은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백색테러 행위다.
그런데도 누구하나 나서 자제를 호소하는 사회지도층과 정치권 인사가 없다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오히려 정치권에서는 이런 상황을 아전인수격으로 이용만 하고 있다. 지난 주말 열린 찬반집회에 대선주자들과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해 증오를 부추기고 대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에만 몰두했다.
심각한 것은 탄핵 심판 선고후의 나라꼴이다. 이대로라면 탄핵이 기각되든, 인용되든 그 결과에 관계없이 대한민국의 혼란은 극에 달할 것이다. 국민들은 갈수록 살림살이가 팍팍해져 살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정권욕에만 매몰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엔 아랑곳하지 않는다.
헌재 판결을 앞두고 양쪽 모두 자제해야 한다. 특히 대선주자들은 헌재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 무조건 승복하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국민들을 안심시켜 줄 대승적 결단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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