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그러기 나는 전가(田家)의 밤 / 오지화로 감자 익는데 / 적삼에 보릿고개 지고 / 광영(光榮)의 날 찾아 헤매던 / 고흔 님들 / 보고지워 보고지워 // 흰머리 엉클어진 빛 바랜 몰골로 / 오늘도 나는 / 애곡(哀曲)의 새납 불며 / 풍각쟁이로 떠돕니다. (‘고향스케치 15-자주감자’ 중) ”

충주에서 태어나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기반으로 하는 서정적인 시와 수필 등의 작품을 주로 써온 이덕상(69·사진) 시인이 최근 시·수필로 꾸려진 제 3문집 ‘꿈’을 펴냈다.

책에는 시와 수필뿐만 아니라 축사, 환영사, 문집의 머리를 장식한 권두언, 그리운 형님에게 보내는 편지글 등이 풍성하게 담겨있다.

‘고향스케치’ 시리즈, ‘꿈’, ‘일상’, ‘어머님 전상서’, ‘봄’ 등 주옥같은 작품들은 독자들을 작가의 서정세계로 인도한다.

그는 서울지검, 청주지검 충주·제천지청 수사관이었으며 충주법원 집행관을 거친 법무사 출신의 시인이다. ‘법’이라고 하면 날카롭고 서늘한 이미지가 떠오를 법도 한데 이 시인은 서정적이고, 부드럽고, 따뜻한 시 세계를 보여준다.

법조계 출신 인사라는 점 이외에도 눈길을 끄는 이력이 또 있다. 바로 가수 태진아의 대표곡 ‘사모곡’의 작사가라는 것이다.

그는 작고한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과 사랑을 담아 시를 썼는데 이후 태진아에 의해 노래로 불리며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 시인은 이 곡으로 1994년 한국노랫말 대상을 받았다.

이 시인의 어머니를 향한 절절함은 이번 책에서도 이어진다. 그는 고향스케치 18 ‘어머니’라는 작품을 통해 가슴 속 아로 새겨진 어머니의 그리움을 풀어내고 있다.

책에는 고향과 자연, 그 속에서의 삶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구수하고 정겹기까지 하다.

‘-드란다’, ‘엄니’, ‘아즐타’ 등 방언과 어머니, 아버지 혹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읊조리는 듯한 말씨가 따뜻함을 준다.

그는 월간 ‘문학세계’로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 전 충주지부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 회원, 한국공무원문학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밥통아 숙맥아’, 수필집 ‘사모곡’ 등의 저서가 있다.

오늘의 문학사, 195쪽, 1만2000원.

<박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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