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동 청주 상당구 건축과 팀장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언어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내용이다. 상호간에 던진 말 한마디가 인간관계의 형성을 결정한다. 좋은 말과 신뢰를 주는 말은 서로의 관계를 두텁게 하지만, 나쁜 말과 비방하는 말은 서로를 적으로 만든다. 어쩌면 적보다 더한 원수가 된다. 특별관계가 없는 불특정다수에게 친절을 베풀며 좋은 말을 사용하면 세상을 바꾸는 큰 힘이 될 거다.

지난 시절 우리나라가 권위주의적 체제로 굳어졌던 당시는 국민들이 관공서 문턱을 넘기가 매우 힘들었다. 친절은커녕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처럼 살기가 넘치는 오욕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난 요즘 관공서에도 친절의 꽃이 피어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과도할 만큼 친절을 베풀어 머쓱하기까지 한다.

예전에 일본을 여행했을 때 그들의 친절을 받은 적이 있었다. 동경 지하철역에 올라와서 목적지 방향을 잃어버렸다. 옆에 있던 중년부부에게 서툰 말로 도움을 청했다. 남자는 자신의 짐을 부인에게 건네고 우리 일행을 직접 안내해주었다. 같이 걸으면서 다정하게 말을 건네며 목적지까지 동행하여 주었다. 헤어지면서 도리어 “아리가또 고자이마쓰”라고 말하는 것이다.

‘감사합니다.’는 도움을 받은 우리가 해야 하는데 도리어 그들이 하는 거다. 그분과 헤어지고 나서 한동안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순간 패전국인 일본의 이런 친절이 오늘에 이르게 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항상 미워하던 일본이 친근한 이웃으로 다가오는 순간, 그들의 친절은 가슴에서부터 배어나오는 것 같았다. 생글생글 웃으며 안내함은 물론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데 친절교과서를 읽는 느낌이었다. 일본고유의 상품인 꾸밈없이 자연스레 베푸는 친절은 항상 진행형이다.

요즘세상이 무질서하고 혼탁해가는 묘한 분위기를 느낄 때가 있는데, 필자가 서두에서 일본 이야기를 길게 쓰는 이유가 있다. 청주에도 일본의 친절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을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9일 지하상가에서 동양교통 70자 6051호 40-1번 버스에 승차해 일곱 정거장인 사창사거리에서 내렸다. 버스기사는 누구를 막론하고 친절한 말을 이어갔다.

승차하는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

버스카드를 체크할 때는 “손잡이를 잡고 하세요!”

하차하는 사람들에게 “안녕히 가세요.”라며 쉬지 않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너무 신기해서 버스가 정차할 때마다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에서는 가식적이거나 형식적인 모습은 전혀 없이 정말 가슴에서 배어나오는 그대로임을 알 수 있었다. 그분의 친절은 버스를 타는 시민들을 편하게 하는데 그냥 기분이 좋아지며 엔돌핀이 솟는 것을 느낄 정도였다.

청주시 공무원들은 친절을 모토로 시정을 펼치고 있다. 어느 부서를 방문해도 공무원들이 앞장서서 시민들에게 친절을 전하고 있다. 청주시 공무원들은 ‘친절상품’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거다. 친절한 말 한 마디가 세상을 바꿀 유일하고 강력한 무기임을 잊지 말자.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줄 것이 아니라 친절을 유산으로 물려주자. 우리가 사는 지구를 태초의 에덴동산으로 되돌릴 수 있는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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