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신성대학교 교수)

▲ 신기원(신성대학교 교수)

연초부터 서울 종로구 건물철거공사 붕괴 사고로 청각장애인 인부가 사망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청각장애인의 경우 일용직으로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지만,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 보니 이들을 위한 안전대책은 미흡한 것이 태반이라고 하였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건이 발생한 이후 정부는 국민안전처를 신설하고 국가재난안전체계에 대한 다양한 대책들을 마련하였다. 하지만 각종 재난이 발생할 경우 상대적으로 대처능력이 부족한 장애인들을 위한 재난대처방안은 마련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장애인들의 안전은 담보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4년 10월 3일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Committee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 CRPD: UN 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이행상황에 대한 한국의 1차 국가보고서를 심의하고, 이에 대한 최종 견해를 공개했다. 그 중에서 재난재해와 관련된 의견을 보면 ‘위원회는 자연재해를 포함한 위급 사태에 모든 장애인을 위한 접근 가능한 형식의 특별한 전략이 부재한 것에 대해 염려한다. 위원회는 특히 건축법 시행령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장애인의 긴급 탈출 시스템을 포괄하지 못하는 것을 우려한다.’와 ‘위원회는 당사국에게 자연재해 발생을 포함한 위기 상황에서 장애특성을 고려한 보호와 안전을 보장하고, 더 나아가 모든 재난 위험 감소 정책과 그 실행의 모든 범위와 수준에서 보편적 접근성과 장애통합을 보장하기 위한 종합적 계획을 도입해 실행할 것을 권고한다.’가 있다. 하지만 그후 정부가 이러한 의견을 반영하여 적극적이고 종합적인 조치를 취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중앙정부 및 자치단체차원의 노력으로는 보건복지부가 2014년 8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화재 등의 재난 발생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교육훈련용으로 시범 제작한 ‘장애인을 위한 피난매뉴얼’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서 2014년 지체장애인용 재난대응 매뉴얼에 이어 2016년 시각장애인을 위한 재난대응매뉴얼을 발간한 것이 대표적이다. 보건복지부의 매뉴얼은 재가장애인들이 대다수라는 현실을 고려하면 지역적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고,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의 종류가 15가지인 상황에서 서울시의 노력은 초보단계에 와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장애유형별 그리고 정도별 및 사회환경별로 맞춤형 재난관리매뉴얼이 제공되어야 한다. 특히 일상생활에서의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지적장애인이나 자폐성장애인의 경우 재난대응능력이 희박하여 대안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경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방재청은 고령자 복지과와 장애인 복지과를 마련해 모든 유형의 장애인들이 지진이나 태풍 등의 재난에 대피할 수 있도록 유형별로 ‘장애인 재난매뉴얼’과 ‘고령자 재난매뉴얼’을 배포하고 있다. 청각 장애인이나 그 가족에는 시각장애인용 전등경보기를 제공한다. 또 각 지역의 장애인·노인복지 협회와 연계해 재난 발생 시 장애인 및 고령자의 구조에 신속하게 대처한다. 장애인에게는 화장실에서부터 대피소 이용 하나하나가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 전용대피소도 각 지역에 마련하였다. 그런데 일본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사전준비다. 각 지자체는 재난 시 장애인들의 대피를 위해 주변인물들에게 장애인임을 알릴 수 있는 ‘방재카드’와 두건, 완장 등을 제공한다. 방재카드에는 장애인의 이름, 생년월일과 긴급연락처, 혈액형과 복용하고 있는 약의 종류와 양, 단골병원의 연락처 등을 기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두건이나 완장에는 본인이 어떤 유형의 장애인인지를 표시한다.
장애인은 일상이 재난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사회생활이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장애인은 일상생활 하나하나가 다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이 안전하면 비장애인은 더 안전해진다. 따라서 자치단체에서도 이제 장애인들의 재난 및 안전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 장애인의 사회참여 확대와 사회통합 향상을 도모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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