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안보와 직결되는 국가 간 외교 문제를 상대국 기업에 책임지우며 보복에 나서는 중국 정부의 소인배와 같은 행보에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더구나 이를 빌미로 양국 간의 분열을 조장하는 중국 현지 언론에 대해서도 발 빠른 대처를 해야 할 것이다.
지난 28일 국방부는 롯데 소유였던 경북 성주골프장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부지로 확보했다. 경기 남양주시 군용지를 성주골프장과 맞교환하는 계약을 롯데 측과 체결한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 안보를 우선시한 롯데의 이 같은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국방부는 가능한 빨리 사드 배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사드를 배치하려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부지 공여, 기본설계, 환경영향평가, 기지 건설 등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초 오는 6~7월로 예상됐던 사드배치를 5월로 앞당긴다는 얘기도 들린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과 조기 대선 시점을 고려한 관측이다. 유사시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도입되는 사드가 계속 외풍에 휘둘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예상대로 중국 매체들은 벌집을 들쑤신 듯 거북한 험구를 쏟아냈다.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면세점 매출에 의존하는 롯데가 상당부분책임을 져야 하는 악몽이 될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위협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인 ‘샤커다오(俠客島)’는 한국에 사드가 진짜 배치되면 한-중 관계가 ‘준 단교’ 될 수 있다고 위협수위를 높였다. 이 매체는 또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이전에 한국 대선이 치러지면 재고의 여지가 있을 것이란 묘한 전망도 내놨다. 국내 야권에서 사드를 차기 정권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교묘히 신경을 건드린 셈이다.
관영 환구시보는 한국산 자동차, 휴대전화 등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면서 ‘한류’를 중국 밖으로 배격하고, 롯데도 ‘일벌백계로 축출해야 한다’고도 보도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의 이런 ‘막가파식 보도’ 위협을 보고 있노라면 ‘대국’을 자칭하는 이 나라의 국격이 어디까지 떨어질지 궁금해진다.
사드 배치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은 확고하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는 데 목적이 있고, 그 위협이 사라지면 사드 도입을 고집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주한미군에 배치될 사드를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의 한 고리로 보고 있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자국과 러시아를 감시하기 위해 사드를 들여온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정부는 사드 레이더를 북한만 관측하는 ‘종말 모드’로 고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중국 측은 의심을 풀지 않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사드 레이더를 ‘전진 모드’로 놓으면 관측 반경이 약 4000㎞까지 확장돼 중국이 의심을 풀지 못하는 진짜 이유란 것이다.
그렇다 해도 중국이 우리 측 설명은 들으려 하지 않으면서 무례하고 일방적인 압박과 위협을 가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사드 배치는 우리의 자위권에 해당하는 문제다. 중국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면 외교적 관례에 따라 성실히 대화로 풀면 된다. 특히 국가 간 외교 문제를 상대국 기업에 뒤집어 씌워 화풀이하듯 하는 것은 치졸한 행위다. 이 같은 치졸한 행보에 대해 정부는 더 이상 묵과해선 안 된다. 우리의 확고한 입장을 분명히 전하고 대응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도 고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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