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 한국기업 3만개…치졸한 경제적 보복은 자충수"

(동양일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가 확정된 이후 한국과 '부지 제공자'인 롯데에 대한 중국의 협박과 위협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재계, 누리꾼 등 일반 시민들은 "중국이 일방적으로 한국 기업에 혜택을 주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며 "한국 경제 제재에 따른 중국 자신들의 손실도 직시하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한국이 내부적인 이념적 차이가 있더라도 대외문제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분열이 너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에 대한 지나친 경제 의존에서 벗어나 투자와 시장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언론들은 롯데 등 한국기업에 대해 '불매운동'과 같은 실질적 응징을 선동하고 있고, 실제로 보복성으로 추정되는 변화도 확인되고 있다.

●김석중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대표 = 중국이 우리를 깔보는 것 같다. 우리나라가 역사적으로 중국과 조공관계에 있었는데, 그런 의식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중국은 미국과 대립 관계이지만,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미국에는 직접 이야기를 못 하는 것이다.

전략적 측면도 있다. 중국은 정보기술(IT) 분야 등에서 세계 1위를 꿈꾸는데, 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가장 큰 경쟁자는 한국이다. 그래서 한국을 흔드는 측면도 있다.

또 북한뿐 남한까지 한반도 전체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도 문제가 있다. 내부적으로 이념에 차이가 있더라도 외교 문제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병자호란 당시 냉엄한 현실에도 내부적으로 다투다 당했다.

이번 기회를 '자강(自强)'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수출시장도 중국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다변화해야 한다. 아세안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 = 중국도 사드 배치를 이제 와서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지만, 새 한국 정부가 들어설 때 등을 대비, '우리가 이런 우려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

아시아 전체 미래와 관련, 여기서 밀리면 계속 미국 주도로 가지 않을까 불안이 있는 것 같다.

중국도 본질인 북핵 문제로 들어가야 한다. 이 기회에 미국과 중국도 본격적으로 본질인 북핵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 사드는 본질이 아닌 수단이다.

보복이 실행되면 롯데 등 기업에 큰 타격이지만, 중국이 이런 식의 보복을 이어나가면 국제적으로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다. 자유무역 수호자 등을 자처하더니 군사안보 문제로 이래서는 안 된다.

과거 남중국해 문제 당시 중국은 자국영토에 자국이 무기 배치하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주장했는데, 사드 배치에 대한 주장을 보면 매우 이중적이다.

우리는 우리의 상황을 정확하게 중국, 미국에 얘기하고, 안보와 결부시켜서 한 기업을 과도하게 압박하는 게 지나치다는 점, 퍼지면 한·중 관계에 결정적 마이너스이고 본질은 북핵 문제라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기업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품 경쟁력을 키우고 중국 의존도를 줄이며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실장 = 중국 주장에 정당성이 없다. 사드는 북한의 무력 도발 때문에 배치하게 된 것인데, 북한이 핵 개발에 이르기까지 중국이 묵인한 책임이 있으니 명분이 없다.

우리나라를 굉장히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 일본이 사드 배치할 때는 아무런 조치 없었지 않나. 약소국만 흔드는, 오만한 외교의 단면을 보여준다.

중국 입장에서 (사드가) 실질적으로 크게 위협되는 것도 아닌 만큼, 강대국으로서의 위력 행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 한국의 사드 배치가 단계적으로 진행될 때마다 중국은 거기에 대한 불만과 비판 등 '상징적' 조처를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 입장을 차분하게 중국에 전달하고, 중국의 조치에 일희일비하거나 민감할 필요 없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위협은 과거 대만 사례와 비교할 수 있다. 차이잉원 총통이 취임한 이후 "대만은 국가다"라는 발언을 반복해서 중국이 관광객 줄이는 조치를 실제로 취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 중국 관광객의 증가율만 줄었을 뿐, 여행객 숫자 자체는 줄지는 않았다.

수출 구조를 봐도, 동북아 3국(한·중·일)은 국가 간 분업화가 이뤄져 있다. 일본이 핵심 부품을 한국에 수출하고 한국은 그것으로 중간재를 만들어 중국에 수출, 중국은 그것으로 완제품을 만든다.

이런 교역 규모가 1년에 1000억 달러 이상이다. 한중간 교역의 핵심 부분을 맡은 한국에 실질적 보복 조처를 한다면, 이런 분업화 구조 아래에서는 중국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10대 그룹 소속 임원 = 무역과 경제 교류라는 게 기본적으로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인데, 중국의 지금 태도는 일방적으로 자신들이 한국에 '경제적 호혜'를 베풀고 있다는 식이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 수가 2만9000여 개에 이르고, 이들이 현지에서 만들어내는 일자리와 경제적 부가가치가 막대한 데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 단교니, 불매운동이니 쉽게 언급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과거 2008년 프랑스가 중국으로부터의 티베트 독립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까르푸 등 프랑스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 등이 대대적 벌어진 적이 있는데, 외교·국방·정치 등의 문제로 항상 중국이 이런 식의 경제적 보복에 나선다면, 중국의 해외 투자 유치 등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김태환 통상정책실장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월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보호주의는 자신을 가두는 것"이라며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사드배치를 두고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행동은 정반대 양상이다. 중국이 대국답게 행동했으면 좋겠다.

최근 중소기업 설문조사 결과 사드배치 발표 전 중국에서 비관세 장벽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응답 비율이 95%에 이르렀다. 그러나 사드배치 발표 이후 25% 가량이 이미 보호무역을 경험했다고 대답했다. 사드 보복을 중소기업이 체감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직접 제품을 수출하는 화장품 업종 등의 중소기업은 사드배치 발표 이후 중국 정부가 인증 절차를 까다롭게 하며 위생허가와 통관을 늦추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직접 수출하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다른 중소기업도 사드배치로 우리 대기업이 보복을 받으면서 대기업과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 국제사회의 두 강대국(G-2) 중 하나가 중국이다. 국제 경제와 정치 질서의 한 축인 중국은 자국의 이익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시스템을 유지하는 책임도 있다.

따라서 중국이 자국의 정치적 이해 때문에 경제적 보복에 나서는 것은 과도하다. 글로벌 강국으로서 윤리적 차원, 리더십 차원 모두에 문제가 있다.

한국은 이런 문제를 국제사회에 호소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가 이런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무총리건, 외교부장관이건 대외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음으로는 한국 경제가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하는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 대중 '경제 종속'이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우리에게 시장과 투자의 다각화가 꼭 필요하다.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중국 외 세계 시장으로 확장하면서 중국 비중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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