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영향으로 예년과 달리 관가 주변 후임 논의 '잠잠'

(동양일보) 농협금융과 수협은행이 차기 수장에 대한 선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직 수장의 연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가운데 관가와 내부 출신 인사들이 새롭게 대두할 가능성도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이달 중순 차기 회장 선정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임추위원은 사외이사 3명과 사내이사 1명, 비상임 이사 1명으로 구성돼 있다. 농협은 임추위를 통해 후보군을 좁혀간다는 계획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임추위 개시 후 40일 이내에 회장을 선정하면 된다"며 "초반에는 일정 등 세부사항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4월 28일 임기가 끝나 주주총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늦어도 4월 넷째 주에는 후보가 내정돼야 한다.

현재로서는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김 회장은 농협의 해외진출에 대한 초석을 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 부실을 대거 털어낸 '빅배스'(Big Bath)를 단행한 후에도 3분기 중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데 일조했다.

다만 2012년 농협금융 출범 후 단 한 명도 회장이 연임한 사례가 없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내부 출신인 신충식 초대 회장이 취임 3개월 만에, 옛 재무부 출신인 신동규 전 회장은 1년 만에 물러났다. 임종룡 전 회장도 1년 8개월 간 근무한 후 금융위원장으로 관가에 컴백했다.

CEO 임기 교체 두 달 전이어서 예년 같으면 관가를 중심으로 차기 농협금융 회장 후보가 거명되는 게 정상적이지만 현재까지는 조용하다. 탄핵 정국으로 관가가 잔뜩 움츠러든 탓이다.

이에 따라 고위 공무원 출신으로 관가와의 협상력이 높은 김용환 회장이 연임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취임 2년 차를 맞아 지배구조를 강화하고 있는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내부인사가 차기 회장에 당선될 가능성도 있다.

수협은행 이원태 행장의 임기는 4월 12일 끝난다. 수협은행은 행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최근 후임 인선 절차에 돌입했다. 행추위는 연태훈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송재정 전 한국은행 감사 등 5명으로 이뤄졌다.

수협은행은 1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정부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모두 관료 출신이 행장 자리에 올랐다. 이주형 전 행장과 이원태 행장은 모두 기재부 출신으로 예금보험공사 부사장을 지냈다.

수협중앙회에서 54년 만에 분리돼 독립은행으로 출범하는 데 일조한 이원태 행장의 연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으나 제3의 인물이 나올 수 있다.

기재부와 금융위 출신인 모피아가 온다는 설부터 수협 내부 승진설, 외부 전문경영인 영입설 등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흘러나온다. 수협은행은 오는 8일 개별면접을 통해 최종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노조는 최근 성명을 내고 "수협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염원을 무시하고 정부와 금융당국이 철저한 검증 없이 내정자를 결정하고 관료 출신의 보은성 관리형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관행을 답습한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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