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소주 출고량·세액 20% 안팎 충북
지난해 출고량 19만㎘·주세 56억 감소

술값 인상·김영란법에 단체회식도 줄어

1~2인 가구 등 늘어 소비 트렌드 변화

 

주류 이미지 다음포털 캡쳐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불황에 술 소비가 늘어난다는 말도 옛말이 됐다. 지난해 ‘서민의 술’ 소주 제조사들의 출고량이 줄고 국세청에 신고된 주세도 소주값 인상분 때문에 겨우 마이너스를 면했다.

경기도에 이어 전국 소주 출고량의 19.89%, 세액의 20%를 차지하며 2위를 달리고 있는 충북의 지난해 출고량과 주세액은 전년도에 비해 모두 감소했다.

2일 국세청 주세 신고현황에 따르면 2016년 출고된 소주(희석식소주)는 95만5507㎘로 전년도(95만7656㎘)에 비해 2149㎘(0.22%) 감소했다.

하지만 주세는 전년도(1조1387만2700만원) 비해 325억1700만원이 더 걷힌 1조1712억4400만원이 납부됐다.

이는 2015년 말 하이트진로가 원부자재 가격상승을 이유로 3년 만에 대표브랜드인 참이슬 360㎖들이 병당 출고가를 961.70원에서 1015.70원으로 54원 올리면서 다른 제조사들이 잇따라 소줏값을 인상한데 따른 것이다. 소줏값 인상분을 뺄 경우 주세도 감소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충북의 지난해 소주 출고량은 전년도(20만5378㎘)에 비해 1만5282㎘ 감소한 19만96㎘, 세액도 56억6600만원이 줄어든 2358억300만원을 걷는데 그쳤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로,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많은 나라에서 술 소비가 줄었으며 중국과 브라질 등 경제성장 둔화의 역풍을 맞은 나라에서 특히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세계 주류 소비량은 평균 0.7% 줄어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으며, 중국은 3.5%, 브라질은 2.5%나 줄었다.

이처럼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소비 트렌드마저 바꿔 놓고 있다. 국내 주류 제조사들은 1~2인 가구의 증가와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혼술족(혼자술을 마시는 사람)이 늘면서 주류소비도 줄고 있다고 봤다.

경기 불황과 김영란법, 불확실한 경제상황이 계속되면서 ‘부어라~ 마셔라’식 회사 단체회식이 줄고 혼자 또는 가족단위로 술을 음미하며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소비가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많이 마셔야 취하는 저도주 과실주로 20~30대 젊은 여성을 겨냥했지만 최근들어 그 열풍도 식고 있다.

지난해 과실주 출고량은 전년에 비해 1880㎘ 줄어든 1만5737㎘를 판매하는 데 그쳤으며, 주세 또한 전년에 비해 19억2000만원이 줄어든 212억800만원을 거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1월 초부터 환경부가 소주와 맥주의 빈병 보증금을 각각 60원과 80원 인상해 소주는 100원, 맥주는 130원이 되면서 사실상 소줏값 인상요인이 되고 있다.

이마트에서 기존 1330원이던 맥주 500㎖ 한 병은 1410원, 롯데마트에선 하이트와카스 후레쉬 640㎖ 한 병에 1750원 하던 것을 1830원에 판매하고 있다.

참이슬과 처음처럼 등 소주는 1130원에서 1190원으로 올랐다. 빈병을 반납하면 되돌려 받을 수 있지만 소비자들은 일단 구매가격이 높아진 데 대해 달갑지 않은 반응이다.

한 소비자는 “이번 인상은 제조사와 무관하지만 지난해 주류업체들이 소주와 맥주 값을 줄줄이 인상했기 때문에 그 부담이 적잖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가 담배에 붙는 건강증진부담금을 주류에도 곧 물릴 경우 소주와 맥주, 위스키 가격이 지금보다 20% 이상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술에도 담배와 비슷한 성격의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했으나 담뱃값 인상 때처럼 반발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은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다는 말로 해석돼 술에도 건강증진부담금이 부과될 경우 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은 더욱 팍팍해져 또 다른 소비 트렌드 변화가 예상된다.

청주의 한 소비자는 “술, 담배 인심을 말하던 시절도 이젠 옛말이 된 것 같다”며 “경기침체에 김영란법 시행, 불확실한 경제상황이 맞물리면서 서민들의 각박한 삶을 위로해 줄 술과 담배도 맘대로 애용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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