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종 호<논설위원/청주대명예교수>

▲ 박 종 호<논설위원/청주대명예교수>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는 17개의 광역자치단체와 230개의 시군구 등의 기초자치단체로 편제되어 있다. 광역자치단체는 기초자치단체의 상급자치단체로서 단체지역의 행정, 경제, 사회, 문화, 교육, 환경 등의 발전을 지휘함은 물론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지원, 개발사업 알선, 단체 간의 갈등 해결, 균형도모 등의 활동을 주로 하고, 기초자치단체들은 광역자치단체의 하위단체의 지위이지만 지역고권(地域高權)을 가지고 지역주민들의 살림을 직접 챙기는 일선 생활행정기관으로서 각기 독자성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주민 생활의 경제성, 안전성, 편리성 건강성, 쾌적성 등의 삶의 질 지표 향상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한다. 이렇듯 광역단체는 지역 내 기초단체들의 집합체로서의 성격을 가진 단체로서 기초단체와 중복되는 정책이나 2개 이상의 자치단체와 관련된 사업 및 정책 등의 통합 및 조정 역할 등을 담당하고 기초자치단체는 주민의 복지와 직결되는 생활환경을 담당한다. 그러나 광역과 기초자치단체 등은 동일범역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행정의 경계가 불명확할 수 있고 중복될 수 있으며 지역사업이나 정책 등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음으로써 갈등이나 마찰 등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지역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든지 전략이 허술함으로써 시간과 정력 및 예산 낭비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요즈음 이 고장의 지역 신문에 자주 보도되었거나 되고 있는 충청북도의 지역관련 정책부실이나 전략의 오류 및 청주시와의 마찰 등이 이를 잘 대변한다. 몇 년 전에 논의되다가 중단된 서울에서 아산까지 건설되어 있는 지하철을 청주 국제공항까지로 연결하는 것이 공간의 효율성이나 교통의 편리성 등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다는 발상 하에 정부의 교통계획으로 등장되었던 서울지하철노선 청주공항까지의 연장 안에 대하여 충청북도가 직선노선(천안 주장)이 아닌 기존 충북선 노선을 활용하는 조치원 경과의 우회노선을 주장했던 것이나 최근에 대두된 세종~서울 간의 고속도로(스마트 도로) 건설을 청주는 청주경유를 주장하는데 비하여 충청북도는 ‘청주시가 요구하는 청주경유는 중부고속도로 노선확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밖에도 광역자치단체인 충청북도와 기초자치단체인 청주시가 지역정책을 놓고 상이한 판단과 접근을 하고 있는 사례가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지역의 지도층 인사들은 청주시는 청주시가 대전, 천안, 세종 시 등이 포진하고 있는 중부권에서 핵심도시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기 위해서는 2020년경에는 인구 100만의 광역도시로 발전하여야 한다는 판단으로 여건조성에 박차를 가하려는 것이고 충청북도는 청주시가 인구 증가(현 85만)로 광역시로 승격될 경우 충청북도는 그만큼 인구 및 재정 등이 감소됨으로써 도세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함으로써 두 단체 간에 정책 갈등 및 마찰이 초래되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는 뿌리를 같이하는 동근생(同根生)의 존재이다. 중앙과 지방, 본체와 지체와의 구조이다. 상보적이고 보완적인 기능을 하여야 하는 상호의존적인 관계이다. 따라서 하나의 유기체로 활동하여야 한다. 독립성과 자율성 등이 보장되어 있다고 하여 홀로만 설 수(my way) 없는 정부기관이고 법적단체인 것이다. 그렇기에 광역과 기초자치단체는 함께 가야하고(go together) 하나의 나무로 성장하고 발전하여야 한다. 광역은 광역의 시각에서 기초에 정보제공, 지원, 알선, 권고, 조정, 균형 및 형평 유지 등의 도모에 진력하고 기초는 ‘기초단체는 주민생활의 앞마당이고 주민복지의 시작이고 종점이라는 시각’에서 대민업무에 전력투구하고 광역과 상호 협력 및 보완적 체제 등을 구축하여야 한다. 각기 따로 행동함으로써 지역정책에 혼선을 야기하고 종국적으로는 지역력을 약화시키는 행보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광역자치단체는 광역자치단체답게 기능하고 역할 하여야 한다. 기초자치단체가 나날이 발전하고 번창할 수 있도록 지혜와 지원 등을 아끼지 말고 정책을 공동 개발하며 그것의 달성을 위하여 한 목소리와 행동노선을 취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정책관리 및 전략능력 제고(싱크 탱크인 충북연구원 활용) 등에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 광역자치단체는 ‘잘못된 정책대안을 옳은 대안으로 판단’하는 제2종의 정책오류를 범해서는 아니 된다. 국토개발의 핵심요소인 국토의 효율성 제고의 측면에서 볼 때 세종~서울 간의 고속도로는 청주를 경유하도록 건설되어야 하고 서울에서 청주공항까지의 지하철 건설은 직선노선으로 책정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적실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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