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많던 문화예술단체의 자부담 폐지가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충북도는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문화예술 사업에 10%의 자부담을 하도록 하는 것이 옳은지 근본적인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문화예술계는 이같은 소식에 환영을 표하는 동시에 이번엔 검토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문화예술단체들에게 보조금의 10% 자부담이 무리라는 것은 보조금을 지원하는 쪽에서도 익히 공감하는 부분이다. 문화예술단체가 무슨 이익을 챙기려는 집단도 아니고 지역의 문화예술진흥을 위해 지자체 대신 행사를 치르고 있는데 자부담을 하라고 하니 그동안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자부담 제도는 문화예술인들을 ‘잠재적 범법자’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 게 사실이다.
보조금 사업은 기업이나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이들 분야는 보조금을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하지만 문화예술사업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문화예술단체가 돈이 많아 풍요롭게 행사를 치르거나 활동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래서 보조금을 받아 행사를 치르는 문화예술단체들은 자존심 상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보조금을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지원단체에 기대거나 눈치를 봐야 하고 행사가 끝난후에는 정산하는데 골치가 아프다. 솔직히 말해 사업종료후 정산보고서를 만드는데 편법을 쓰지 않는 단체가 없을 정도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10% 자부담은 목만 죌 뿐이다. 10% 자부담을 입증하기 위해 무리수를 쓸 수 밖에 없어 경우에 따라선 ‘사기’로 법의 심판대에 서기도 한다.
대전과 제주에서는 올부터 자부담을 폐지했다. 대전시는 자부담 10%를 폐지해 문화예술단체는 자부담 없이 사업비 정산만 하면 된다, 전북도와 울산시도 자부담 제도를 완전 폐지해 단체 운영에 부담을 덜고 문화예술 활동에 더욱 매진할 수 있게 했다.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자부담 제도의 모순과 폐지요구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자체가 해야 할 문화예술행사를 대행하면서 지원 예산의 10%를 자부담하라는 것은 예산이 빠듯한 단체 입장에서는 ‘계륵’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실정에서 충북도가 자부담 폐지를 적극 검토하는 것은 충북문화예술계에 단비와 같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시종 지사는 지난 2일 열린 3월 직원조회에서 “자부담으로 인한 여러가지 문제가 있고, 보이지 않게 이상한 방향으로 회계처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부담 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을 에둘러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사업비가 1억원이라면 1000만원을 자부담 하게 하느니 차라리 사업비를 9000만원으로 줄이는 게 낫다”며 자부담 폐지를 심도있게 검토하라고 말했다.
이 지사의 이같은 발언에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환영하고 있다. 회비는 들어오지 않고 경기침체로 후원마저 끊기는 실정에서 자부담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자부담이 폐지된다고 해서 흥청망청해서는 안된다. 각 단체에서는 보조금을 투명하게 집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자체 의존에서 벗어나 자생력을 키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문화예술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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