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와 회동해 '개헌·비문연대' 논의…"새로운 개혁세력 만들겠다"

"국민통합 최선, 어느 당 들어가진 않아"…대선출마 "두고 봐야 알 일"

당내 후폭풍 예고·경선도 변수…총선 비대위 대표 합류 後 13개월만 탈당

 

(동양일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는 7일 민주당 탈당을 공식선언, 금명간 당에서 떠나 '비문(비문재인) 연대' 등 새로운 정치세력 구축에 나선다.

이는 김 전 대표가 지난해 1월 15일 문재인 전 대표에 의해 총선을 지휘할 비대위 대표로 영입된지 13개월여만이다.

비례대표인 김 전 대표는 이미 후원금 계좌를 폐쇄했으며, 이번 주 탈당계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탈당계가 접수되면 의원직은 자동 상실되며 심기준 최고위원이 비례대표직을 승계하게 된다.

7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초청 강연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김 전 대표의 탈당을 계기로 민주당 비문진영 의원들의 결집이 촉발되고 개헌파의 목소리가 강해지는 것은 물론, 제3지대 '빅텐트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새로운 정계개편 움직임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실제로 김 전 대표는 탈당을 공식화한 이날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전격 회동하면서 이후의 광폭 행보를 예고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서 "민주당에서 탈당하겠다"고 선언했다.

탈당 시기에 대해서는 "앞으로 내가 정할 것"이라고 했지만 '10일이나 13일로 예정된 탄핵 최종 선고 이전에 탈당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미 얘기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번 탈당에는 경제민주화 법안 등 개혁입법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의 경제민주화 의지에 실망감을 느꼈다는 설명을 내놨다.

김 전 대표는 "내가 (이 당에서)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 떠날 때가 돼서 떠나는 것"이라며 "모든 당이 지금 개혁입법을 외치고 있지만, 개혁입법이 하나도 진척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당내에 '문재인 대세론'이 견고하게 구축된 상황에서 김 전 대표가 활동에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김 전 대표가 당 밖으로 나간 후에는 본격적으로 비문진영 인사들이나 개헌파들의 결집을 시도하면서 활동폭을 넓힐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실제로 김 전 대표는 이날 손 전 대표를 만나면서 탈당 결심을 전하는 것과 동시에, "민주당을 탈당해서 새로운 개혁세력을 만드는데 나서겠다", "자유한국당도 그대로 대선에 임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등의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일각에서는 김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다른 정당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흘러나오고 있다.

나아가 이런 움직임은 당내 원심력을 강화하면서 계파갈등을 재점화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측근 의원들의 동반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혼자 왔다가 혼자 떠나는 것이지 누구와 같이 가자는 얘기를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며 "정치인은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다. 내 일에 대해서도 누구와 상의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가 직접 대권에 도전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는 간담회에서 '직접 출마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는 물음에는 "두고 봐야 알 일이고, 미리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내 경선 구도에 대해 평소에 갖고 있던 불만도 털어놨다.

김 전 대표는 간담회에서 "당내 대선구도가 실질적으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다 알지 않느냐"며 "경선에서 공평한 룰이 적용돼야 하는데, 형평성이 보장돼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는 김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이 나오긴 했지만, 막상 공식 선언이 알려진 후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안규백 사무총장은 국회 의원회관 김 전 대표의 방을 찾아와 잔류를 설득한 뒤 "당의 어른이기도 하시기 때문에 남아달라는 말씀을 드렸다"며 "저희가 잘못 모신 책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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