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출·야간·철야 거부·운임비 현실화 등 근로조건 개선 요구
해가 중천인데 5시면 퇴근…공기맞추려 건설장비 2배 이용
“건설비용 부담 가중돼 건설기계사업 자회사 차려야 하나”

레미콘 타설 현장.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청주·공주·세종 레미콘 운송연대가 근로조건 개선과 제대로 된 운송비를 받기 위해 이달 들어 ‘8-5제’ 시행을 본격화 하자 건설사와 시민트업계(제조사)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청주, 공주, 세종 레미콘 운송 종사자 39개사가 참여하는 운송연대는 지난 1일부터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일명 ‘8-5제’ 시행에 들어갔다.

‘8-5제’는 건설기계사업자의 근로조건 개선과 레미콘(콘크리트 믹서트럭) 납품단가 정상화를 위해 조출, 야간, 철야 작업 없이 매일 오전 8시 상차 오후 5시 하차 후 정시에 퇴근하는 하루 8시간(점심시간 1시간 제외) 근무제를 말한다.

레미콘 운송연대는 만일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타설 거부와 함께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대한건설기계사업자총연합회는 이미 지난해 1월 1일부터 서울 등 수도권에선 건설장비관리법상 27개 건설기계업종에서 8-5제를 시행해 왔고 올 들어 14번째 업종인 레미콘 업종도 관련 근무제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문제는 건설사들이 건물 건축 시 하자 없는 적절한 양생을 위해 60~90분을 일괄타설 시간으로 정한 상황에서 ‘8~5제’를 들어 레미콘 차량 사업자들이 갑자기 퇴근할 경우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일조 시간이 다른 동·하절기에 건설기계사업자들이 근무시간을 융통성 있게 적용하지 않고 ‘8-5제’ 만 고집할 경우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시간에 공사를 중단함으로써 불이익을 받게 된다.

정해진 시간에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할 경우 레미콘 타설 시간을 지키기 위해 종전에 5대만 동원하면 됐던 것을 그 이상 늘려야 돼 건설단가 상승요인이 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건설사들은 이들 건설기계사업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것을 우려해 해마다 2~4월이면 시멘트업계와 함께 단가 협상에 나섰던 것과 달리 눈치만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 전춘식 사무총장은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건설 현장을 지키며 불철주야 노력해 왔지만 우리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건설사와 제조사들의 갑질에 의한 덤핑판매가 도를 넘어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어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8-5제’ 시행 전면 확대와 재료비에 포함돼 있는 운반비 현실화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전 총장은 “1.5t 일반화물도 한 차에 운임비가 5만원은 한다”며 “하지만 레미콘 운송사업자의 운반비는 20년째 6루배(㎥) 한 차에 4만원 안팎(지방 3만6000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 총장은 “한 대에 최하 1억2000만원 하는 레미콘 차량을 유지하면서 보험료에 연료비 상승, 노후화로 인한 수선유지비 등을 감안할 때 제자리걸음인 운임비는 현실화가 불가피 하다”며 “건설사들이 운임비를 한 차당 10만원까지 현실화해도 제조사들이 운송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단가 후려치기를 통해 건설사와 100%에 계약해도 65%까지 떨어뜨려 중간에서 운임비를 빼먹는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시멘트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론 자신들의 권리를 찾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돈 많은 건설사들이 그동안 지켜오던 업역을 깨고 자회사로 건설장비업까지 진출할 명분을 제공할 뿐”이라고 우려했다.

지역건설업계 관계자는 “근로자도 아닌 운송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사업을 하면서 근로시간 준수 여부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비현실적 운임비 등 단가협상이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건설기계사업자들은 주장하지만 오히려 준법근무 투쟁으로 인한 건설비용 상승은 고스란히 건설사와 주택 소비자들의 몫으로 떠넘겨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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