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홍 제천경찰서 경위

‘원칙’이라는 초등학생도 알만한 단어가 있다.

사전에서는 ‘어떤 행동이나 이론 따위에서 일관되게 지켜야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이라고 정하고 있다. 굳이 사전적 의미를 들먹이지 않아도 그 뜻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면 ‘원칙’의 반대되는 말은 무엇이 있을까 ‘반칙’이다. 뭐든 기본이 되는 규칙을 무시하고 제 멋대로 한다는 말이다. 또 ‘변칙’이란 말도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얼마나 ‘원칙’을 지키고 있을까.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도 지나다니는 차량이 없는 한적한 도로에서 홀로 빨간 신호등에 맞닥뜨려 본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아무도 안보고 있으니 얼른 신호를 위반하여 지나고 싶은 충동을 누구나 느껴보았을 것이다.

심리학자라 불리는 인문학자들은 매 상황마다 이성과 감성이 상충하게 되는데 이때 충동에 따라 신호를 위반하게 되면 이성보다는 감성이 강하다고 표현하고, 충동을 억누르고 신호를 지키면 감성보다 이성이 강한 사람이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사람을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부른다. 법은 최소한의 규범이어서 이 외에는 다른 규제의 수단이 없을 때 발동하게 되며 대부분의 사회인들은 법 이전의 규범인 도덕과 사회상규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비난받지 않고 살아가게 된다.

우리사회는 일제 강점기로부터 해방되어 민주주의가 도입된 지 72년째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민주주의 역사 속에서 많은 사회적 변화를 거치면서 발전해왔다. 그런데 우리의 시민의식도 이와 함께 발전해 왔는지 묻고 싶다.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보다 약한 사람을 함부로 무시하며, 걸리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자동차 핸들만 잡으면 얌체·폭군으로 변하기도하고,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생각에 익명이라는 가면을 쓰고 타인의 인격에 상처를 주거나, 선량한 사람들을 꼬드겨 돈을 뜯어내는 이런 모습들이 모두 우리의 자화상은 아닌지 돌아봐야겠다.

제천경찰은 최근, 바르고 건강한 공동체 구현을 위한 ‘3대 반칙 행위 근절’을 위해 3대 분야 9개 과제를 선정하고 2월 7일부터 5월17일까지 100일간을 특별 단속기간으로 정했다.

‘3대 반칙’이란 생활반칙, 교통반칙, 사이버 반칙 등을 말하는데 굳이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지 않아도 제목만으로도 쉽게 이해가 가는 이유는 이런 반칙행위들이 바로 우리 가까이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반칙과 편법에 무감각해져 있어 내 주변의 반칙이 있어도 이에 비난하고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내가 왠지 손해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에 반칙을 하지 않은 내가 바보스럽게 느껴지기도 해서 나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그런 반칙을 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자. 누구나 반칙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그 피해자가 ‘나’라면 그 반칙을 눈감을 수 있겠는가.

예전에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어느 친구가 경찰에 음주단속을 당했다면서 집까지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냥 운전을 하게 되었는데 바로 집 앞에서 단속되었다면서 재수가 없었다며 투덜거리는 것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친구는 사고가 난 것도 아닌데 봐 달래도 안 봐주는 경찰이 너무 야속했다고 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만일 입장을 바꾸어 누군가의 음주운전에 자신의 가족이 다치는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기합리화가 도를 넘었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또 인간인지라 작은 유혹에도 흔들리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러한 반칙행위가 정당화 되어서는 안 된다. 반칙을 부끄러워하고 남들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사회가 올바른 사회가 아닐까.

반칙은 원칙을 이길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부터 실천하는 사회’, ‘반칙을 이기고 원칙이 바로 서는 사회’가 되기를 경찰관의 한 사람으로서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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