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생후 6개월에 뇌 촬영으로 자폐증 위험을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캐롤리나 발달장애연구소(Carolina Institute for Developmental Disabilities)소장 조지프 파이븐 박사 연구팀은 2살 때 자폐아 진단을 받은 아이는 생후 6개월부터 뇌척수액(FCS: cerebrospinal fluid)이 증가하며 이를 MRI로 포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6일 보도했다.

뇌척수액이란 뇌와 척수를 둘러싼 연질막과 지주막 사이에 있는 공간과 뇌실을 채우고 있는 액체로 뇌를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완충 역할을 한다.

형이나 누나 중에 자폐아가 있어 자폐증 위험이 큰 221명과 자폐증 가족력이 없는 122명 등 유아 343명을 대상으로 생후 6개월, 12개월, 24개월 때의 뇌 MRI 영상을 비교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파이븐 박사는 밝혔다.

자폐증 가족력이 있는 아이들 가운데 47명은 2살 때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

자폐증이 확인된 이 아이들은 생후 6개월 때 뇌척수액이 다른 아이들보다 18% 늘어나 있었고 이 상태가 생후 12개월과 생후 24개월에도 지속됐다.

특히 이들 중 자폐 증상이 가장 심한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뇌척수액이 24%나 많았다.

또 생후 6개월 때 뇌척수액이 많은 아이일수록 다른 아이에 비해 머리 가누기와 팔-다리 움직임 등 총체적 운동기능(gross motor skill)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후 6개월 때 뇌척수액 증가로 나중 자폐증 진단을 예측할 수 있는 정확도는 약 70%로 분석됐다.

정확도가 완전한 정도는 못되지만, 뇌척수액은 표준 MRI로 관찰할 수 있는 만큼 자폐증 위험을 일찍 예측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파이븐 박사는 강조했다.

이 연구결과에 대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 신경발달장애연구소(MIND Institute) 연구실장 데이비드 아마랄 박사는 자폐증은 보통 2~3세가 되어야 행동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이를 일찍 탐지할 수 생물학적 표지(biological marker)가 없는 만큼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고 논평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과학계와 의학계는 뇌척수액을 단순히 뇌와 척수를 보호하는 기능을 지닌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 후 뇌척수액은 뇌의 대사활동에서 생성되는 노폐물을 처리하는 여과 시스템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뇌세포들은 쉴 새 없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다. 그 과정에서 뇌세포는 염증성 단백질 같은 부산물을 수시로 걸러내고 하루 4차례씩 새로운 뇌척수액을 보충한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생물정신의학학회 학술지 '생물정신의학'(Biological Psychiatry)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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