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정래수 기자) 지난 6일 오전 충남도청 기자실로 낯익은 얼굴들이 오랫만에 찾아왔다. 전직 충남도의원과 퇴직한 고위 공무원들이다. 이들은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반가운 인사와 함께 안부를 물었다. 짤막한 덕담이 오고 간 뒤 이들은 충청대망론을 거론하며 이날 도청을 찾은 의미를 설명했다.

공식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이들은 준비된 연설문을 통해 “이번 대선에서 통합과 화합, 협치와 상생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믿을 수 있는 후보는 안희정 충남지사”라며 “안 지사와 함께 정권교체와 시대교체를 실현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에 입·복당한다”고 밝혔다. 충청대망론을 대한민국 대망론으로 힘을 모을 것도 제안했다. 사뭇 비장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들 중에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박근혜 정부에 힘을 보태겠다’며 새누리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져 고배를 마신 인사들이 대거 보였다.

때문에 뒷맛이 씁쓸했다. 대선이나 총선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났던 ‘철새 정치인’이 올해도 기승을 부릴 것임을 예고하는 징후로 보이는 탓이다. 더불어민주당 품으로 들어가려는 보수 성향의 철새 정치인도 문제이지만, 이런 정치인들의 입당을 선뜻 받아준 민주당도 문제란 생각이 들었다. 

정당 선택은 개인의 자유라 할 수 있다. 이들이 언급한 입당 이유도 전혀 터무니없다고 할 수 없다. 외연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민주당 역시 이들이 들어오겠다는 것을 막지 않은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탈당 후 입당은 전형적인 철새 정치라 아니할 수 없다. 정치적 명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차기 지방선거를 대비한 공천 지분 확보 차원의 줄서기 행보일 뿐이다. 철새 정치인들은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당 저당을 기웃거리면서도 한결같이 ‘충정어린 결단’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한다.

올 대선 즈음해 모습을 드러낼 철새 정치인들은 내년 지방선거나 차기 총선 공천, 또는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의 논공행상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유권자들을 우롱하고, 정치 혐오증을 키우는 처신이다. 당내 경선을 앞둔 안희정 지사는 한 표가 아쉬울 것이다. 하지만 입신양명에 눈이 어두운 철새 정치인들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정래수/내포지역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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