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구

이 척박한 땅에서도 푸른 꿈 안 버린 널

호미로 낫으로 쳐내겠다는 마음 한 켠

비릿한 풀물의 고함 천둥처럼 번진다

 

우후죽순 돋아난 날〔刃〕을 벼린 이 어둠

걷어내지 못하면서 감히 널 뽑겠다니

곁가지 피워 올린 꽃도 미안해서 못 보겠다

 

씀바귀 엉겅퀴꽃 구둣발로 앉은 나비야

 

발소리를 줄여라

안 온 듯이 다녀가거라

 

햇살아

밤새 고인 천둥눈물

남김없이 먹고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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