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황 시인.

(동양일보)어쩌다 3월이 ‘잔인한 달’이 됐는지 모르겠다. 요동치는 탄핵정국이 꽃샘추위보다 매섭다.

지난 6일, 90일간의 특검결과 발표이후 양측의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헌법재판소의 초침소리는 ‘마(魔)의 구간’을 지나고 있다. ‘인용’이냐 ‘기각’이냐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속내는 혼란스럽다. 결과에 승복하고 그동안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봉합할 비책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전술핵 재배치’가 거론되고 ‘북한 선제타격’이니 하는 흉흉한 뉴스에도 아랑곳없이 북한정권은 지난 6일 여전히 배를 쑥 내밀고 탄도미사일 4발을 쏘아 올렸다.

한반도가 ‘휴전 중’에 있음을 알리기라도 하듯 ‘사드배치’가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중국 발 ‘사드배치보복’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수차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는 한국에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강경조치다.

지난 해 7월 8일, 사드배치 공식발표 이후 한 달도 안돼서 중국 광전총국에서는 ‘한한령(韓限令-한류 금지령)’을 내렸다. 잘 나가던 한류 콘텐츠가 하루아침에 된서리를 맞고 추위를 탔다. 롯데그룹의 사드부지교환 계약체결을 기점으로 중국내 롯데매장은 영업정지, 벌금부과를 당해야 했고 한국상품 불매운동, 한국여행상품 판매중단 등 가히 쓰나미급 전방위 공격을 가해오고 있다. 중국이 자국의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압박수위를 높여온다면 당하는 쪽이 훨씬 아플 수밖에 없다.

도대체 사드가 뭐 길래, 정부는 왜 대책도 없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냐고,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계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드문제는 지난 6일 발사대 장비 일부반입으로 이제 퇴로 없는 싸움이 됐다.

돌이켜보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한국배치는 애초부터 결론이 나 있던 사안이다.

간단하다. 아시아지역에서 패권을 잡으려는 미국과 중국의 싸움에서 한국이 어느 쪽에 서느냐 하는 문제였다. 북한이 제때에 미국 쪽으로 설 명분을 찾는데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한국안보와 관계없이 중국은 2000Km 밖에서도 내 집 마당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미국의 고성능 ‘X밴더 레이더’ 설치를 어떻게든 막고 싶은 것이다. 한국에 으름장을 놓아서라도. 미국도 입장은 비슷하다. ‘사드배치’를 통해 동아시아지역에 개입하여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한미동맹을 앞세워 알아서 지켜줄 테니 터만 제공하라고 종 주먹을 대는 바람에 한국은 따져볼 겨를도 없이 고개를 끄덕인 셈이다. 한국의 사드배치로 쾌재를 부를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자연스레 중첩적 미사일방어체계를 갖추게 됐으니 표정관리만 잘하면 된다.

결과적으로 사드배치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가는 모양새가 됐다.

그렇다고 과연 사드배치를 철회할 수 있었을까. 중국의 경제보복대신 트럼프의 심술을 견디는 쪽을 택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수시로 사고를 치는 북한의 돌발행동도 수습해야하고, 한국이 취할 수 있는 대안은 애초부터 마땅치 않았다는 얘기다. 선택보다는 진행과정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사드 조기배치도 그렇다. 절차도 시기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사드배치로 인해 한국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실효성 논란이 되고 있는 ‘최소한’의 방어체제구축을 제외하면, 국론분열과 중국의 경제보복이다.

중국은 사드배치에 따른 “모든 뒷감당은 한국과 미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한반도를 격랑(激浪)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찬반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야권에서는 사드기습처리에 대해 ‘대못박기’, ‘알 박기’라며 정부여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래저래 ‘사드정국’을 보는 국민의 심정은 복잡하다.

이제라도 정쟁(政爭) 대신에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차선책을 고민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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