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9일 종교계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고 국민화합을 이루자는 호소문을 일제히 발표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이날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 명의로 내놓은 대국민 호소문에서 "한국 천주교회는 헌재가 법치주의의 건재를 입증하는 공정한 판결로 법치주의 실현과 민주주의의 도약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의 선고는 국민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 없다"며 "엄정하게 이루어진 판결에 불복하는 극렬한 대립과 갈등은 파국을 향한 광란의 질주일 뿐"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교회의는 "헌법에 입각한 헌법재판소의 공정한 판결을 수용하는 일은 진정한 민주주의 성숙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우리 모두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화해와 일치의 자세로 수용하자"고 당부했다.

개신교 교단협의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역시 헌재의 결론을 겸허히 수용하고 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기총은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명의의 호소문에서 "재판관은 법관으로서의 소신과 책무에 따라 판결하는 것뿐"이라며 "내일의 대한민국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힘을 합쳐 만들어가야 할 우리의 삶이요 터전"이라고 말했다.

또 "결론으로 가는 과정에는 치열한 대립이 있었다 할지라도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사회적 거룩함을 이루고 하나 되는 성숙한 국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도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명의의 호소문에서 "선고가 어떻게 내려지든 헌재의 결정은 그 자체로 존중되고 보호돼야 한다. 그것이 법치요, 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한교연은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정치인들과 종교인, 시민사회 모두는 헌재 결정에 무조건 승복해야 한다"며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비이성적 선동과 집단적인 폭력은 피와 눈물의 희생으로 쌓아올린 이 땅의 민주주의를 허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강조했다.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은 기자회견에서 "건강한 사회에서 다양한 견해가 표출되는 것은 당연하고도 필요한 일이며, 시민들이 자유롭게 자기 의사를 표출할 수 있는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며 "그러나 그 방식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지극히 평화로운 것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와 다른 견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분노하고 허탈해하는 상대편의 의견도 경청할 수 있다면 탄핵심판은 그 결과와 관계없이 우리 사회가 더 성숙해지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탄핵심판 이후 광장에 분출될 민심이 대립과 갈등의 아픈 상처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의 르네상스를 여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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