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세 <충북농업기술원장>

▲ 차선세 충북농업기술원장

나는 청원군 문의면 신대리 섯밭 부락에서 6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뒤에는 병풍처럼 산으로 둘러 싸여 있고, 앞에는 넓은 들과 구비 구비 금강이 흐르니 이 보다 더 좋은 곳이 또 있으랴! 현재 ‘청남대’ 정문이 바로 우리 동네로 그때는 하늘만 빠끔한 산골이었다. 5km가 넘는 곳에 있는 문의초등학교와 중학교를 9년 동안 책보를 어깨에 메고 1시간 넘게 걷거나 뛰면서 다녔다.

내가 성장하면서 오늘이 있기까지 세 가지를 가슴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고향이다. 조용하던 우리 부락 앞에 다목적용 ‘대청댐’을 건설하면서 1979년 수몰의 아픔을 겪게 되었다. 정들었던 집과 다니던 길 등이 물에 잠겨 찾을 수 없으니 서글프기 짝이 없다. 이런 아픔을 달래기 위해 고향을 떠나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던 사람 들이 십시일반 모금하여 망향비를 세우고, 90년대 초부터 매년 5월 5일 망향제를 지내며 고향의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

또 하나는 고교시절 은사님이시다. 시골뜨기인 필자가 부모님 곁을 처음 떠나 자취를 하면서 학교(청주농고 축산과)를 다니게 되니 서툴기 그지없었다. 그러던 중 아버지처럼 자상하면서 부드러움으로 이끌어 주셨던 김태준 선생님을 만나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이론과 실습을 통해 축산지식을 습득하게 하는 한편,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하였다. 가지고 있는 지식은 남을 위해 아낌없이 주라고도 하셨다. 공부에 취미를 붙일 수 있도록 가름침을 주셨고, 나는 꽤나 공부를 잘 하였다.

고교를 마치고 늘 동경하던 목장을 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와 한우 5마리를 입식하여 키웠다. 그러나 부모님의 권유도 묵과할 수 없어 은사님이 주신 책으로 1978년 농촌지도직 공무원시험을 보아 합격하였다. 괴산군에 초임발령, 군복무 후 옥천군농업기술센터를 거쳐 농업기술원으로 발탁되었다. 축산 농가들은 특히 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강하다. 필자는 이런 농가들을 찾아다니며 배우고 또 배워 축산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키워 점차 축산농가들의 신망을 얻게 되었다. 1994년 80여명의 회원으로 한우, 양돈, 낙농연구회를 처음 조직하였고, 지금은 500여명의 회원을 가진 명실상부한 조직으로 성장 각 지역의 리더로서 축산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세 번째의 은인들이 있다. 창립 멤버로 초대 회장의 막중한 책임을 다하여 주신 한우 최광언 회장, 양돈 유재록 회장, 낙농 오광진 회장 등은 현재의 연구회로 발전하는 기반을 닦아 주셨음은 물론, 필자가 공무원으로서 소임을 다 할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년 매출액 200억 원 이상(돼지 4만두 사육)되는 유재록 회장은 지금도 원장이라 부르지 않고 꼭 선생님이라 부르고 있다. 그때 마다 가슴 벅차다.

농촌지도직에 입문하여 늘 공부하는 자세로 방송통신대학교를 졸업하였고, 우리나라 최고의 자격증인 축산기술사(박사급)를 취득하였으며, 긍정적 마인드로 열심히 노력하였다. 관운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지도관 승진 뒤 과장, 국장을 거쳐 2015년 고위공무원 역량평가 시험에 합격하여 2015년 8월 17일 충청북도농업기술원장으로 취임하였다.

김태준 선생님께서 주신 교훈을 거울삼아 ‘배워서 남 주자’는 모토를 가지고 가슴속 은인들과 함께 오늘도 충북, 더 나아가 대한민국 농업발전을 위해 전 직원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 옛 선생님의 가르침 ‘배워서 남 주자’를 되뇌이면서.

<매주 월·수·금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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