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에서·시해·구속·서거·탄핵까지'…전직 대통령 수난사

▲ 박근혜 대통령 헌정사상 첫 탄핵 불명예

(동양일보) 박근혜 전 대통령이 10일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을 당하면서 한때 권력의 최고 정점의 자리에 있었던 역대 대통령들의 수난사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들은 재임 중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하야나 시해, 측근 구속, 검찰 수사, 탄핵 등의 수난과 비운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측근 문제로 수난과 비운을 겪은 '부녀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됐다.

전직 대통령 수난사는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이 망명길에 오르면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국가발전의 틀을 짜고 민주주의의 싹을 뿌린 공적을 남겼으나 장기집권으로 불행을 자초했다.

이 전 대통령의 권력욕은 1960년 3.15 부정선거로 이어지고 결국 이 전 대통령은 4·19 혁명 속에서 "국민이 원한다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는 말을 남긴 채 미국 하와이로 망명, 이국땅에서 생을 마감했다.

4·19 혁명으로 내각책임제 체제 아래 대통령직에 오른 윤보선 전 대통령도 결국 5.16 군사쿠데타로 도중하차, 대통령 수난사에 한 장을 보탰다.

5·16 쿠데타로 권좌에 오른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72년 '10월 유신'으로 종신집권체제를 구축하려 했으나 18년의 장기집권 끝에 1979년 10월 26일 자신의 심복인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에 의해 쓰러졌다.

박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과도기를 이끌었던 최규하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단명의 대통령직을 수행한 비운의 대통령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서거로 갑작스레 대통령직에 올랐지만 1980년 신군부의 집권으로 8개월여 만에 하야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에 이어 군부의 힘으로 대통령직에 오른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도 집권 당시 원죄와 부정축재로 인해 퇴임 후 옥살이를 하는 수난을 겪어야만 했다.

육사 시절부터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은 1979년 10·26 사건 이후 '12·12 군부 쿠데타', 1980년 5월 '5·18 광주민주항쟁 무력진압' 등 총칼을 앞세워 차례로 대통령직에 올랐지만 김영삼 정권 시절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년가량 복역하다 사면조치로 풀려났다.

군사정권 시대를 마감하고 민주화 시대를 연 '양김'(兩金)인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재임 시절 자신의 아들이 구속되는 불운을 겪어야만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재임 시절인 1997년 한보 비리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데 이어, 퇴임 후 2004년에도 조동만 전 한솔 부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김 전 대통령 자신은 문민정부 시절 안기부 예산 선거전용 의혹 사건인 이른바 `안풍사건'이 터지며, 2004년 증인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임기 말 차남 홍업씨와 3남 홍걸씨가 기업체로부터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 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두 아들이 한 달 새 잇따라 구속되자 대국민 사과를 했다.

정치개혁과 높은 도덕성을 표방하며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노무현 전 대통령도 수난을 피하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도덕성을 최대의 무기로 내세웠으나 퇴임 이후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검찰 수사를 받는 불명예를 기록했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중 서거하는 비운을 맞이했다.

실용주의를 표방하며 정권교체에 성공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재임시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비롯해 '정치적 멘토'로 통하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친구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친인척과 최측근이 줄줄이 구속되는 상황을 지켜봤다.

또 내곡동 대통령 사저 터 특혜 계약 의혹으로 부인 김윤옥 여사와 아들 시형 씨가 특검 수사를 받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 자신도 당선인 시절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과 관련, 특검의 방문조사를 받았다.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토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보수정권 재창출 성공하는 동시에 첫 부녀·여성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했지만 '40년 지기'인 최순실 씨 문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첫 '탄핵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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