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조기대선 '대혈투' 불가피…갈등과 반목 증폭 우려

(동양일보) 한국 정치가 10일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 사태에 직면했다.

헌법재판소가 이날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인용 결정을 내림에 따라 대통령 파면이라는 헌정사에 없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1960년 4.19혁명 직후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고 1979년 10ㆍ26사태로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적은 있었지만, 헌법기관의 결정에 따라 현직 대통령이 임기 도중 물러나는 불미스런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서 촉발된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시점부터 3개월가량 이어진 탄핵 정국이 결국 대통령 파면이라는 현대사의 한 굴곡으로 남게 됐다.

당장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부재 속에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는 최장 60일 간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국정을 관리하고 운영해야 하는 열악한 정치환경에 내몰렸다.

여건은 녹록지 않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드러난 국론분열에다 한반도를 에워싼 정세불안 등 내우외환의 소용돌이 속에서 각종 국정 난맥상이 해결되지 못한 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가 갈등의 용광로가 돼야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조기대선이 점화됨에 따라 권력을 잡기 위한 한바탕 '대혈투'가 불가피해 오히려 분열상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광장의 분열된 민심을 제도권으로 수렴하고 승화시켜야 할 정치가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선거전에 활용하려 든다면 대립과 반목을 키우는 역효과를 낼 공산이 작지 않은 탓이다.

정치권은 겉으로 헌재 결정 승복을 외쳤지만 야권은 '촛불민심', 여권은 '태극기민심'에 기대면서 지지층을 결집하고 대선가도의 유리한 환경조성을 위해 '광장정치'에 매달려온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진보와 보수 세력 간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 이외엔 방법이 없다거나 탄핵이 인용될 경우 아스팔트가 피로 물들 것이라는 섬뜩한 말들을 내뱉으며 헌재 결정에 불복하려는 조짐을 드러낸 것이 대표적이다.

더욱이 60일 내에 대통령을 선출하는 빠듯한 일정을 감안하면 대선전이 정책과 공약보다는 보수와 진보 간 편 가르기라는 선전과 선동에 휩쓸리며 한국정치가 거대한 격랑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초유의 조기대선은 대한민국의 한 단계 발전을 위한 성장통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난 최고권력자의 불법적 권력행사와 정경유착의 폐해를 걷어내고 한층 더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기 위한 산통의 과정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조기대선은 어두운 과거의 그림자를 지워내고 미래에 적합한 지도자를 선출함으로써 다시는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성찰의 계기이자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백척간두의 위기 속에서 민주주의 발전과 국론 통일을 위한 정치권 스스로의 노력과 다짐 못지 않게 새 시대에 걸맞은 리더십을 만들어낼 국민의 현명한 판단이 앞으로 60일 간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문제를 둘러싸고 빚어진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국내외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지경인데 이런 때일수록 국민이 단합하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며 "법치국가답게 모두가 승복해서 힘을 하나로 결집해 나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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