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시민 반응
-“당연한 결과” 환영…일각선 ‘망연자실’
-안타깝지만 “헌재 결정 승복” 한 목소리

(동양일보 지역종합) “앞으로 이런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에 시민들의 반응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들은 정의가 승리했다며 환호했지만 탄핵에 반대하던 시민들은 탄핵 인용 소식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다수 시민들은 헌재 결정을 존중, 분열을 끝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라는 의견을 보였다.

지난 10일 오전 11시 헌재에서 들려온 탄핵 인용 소식에 대다수 시민들은 환호성을, 일부 시민들은 아쉬움의 탄성을 쏟아냈다.

이날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하자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손뼉을 치거나 만세삼창을 외쳤고 서로 부둥켜안기도 했다.

이모(44·청주시 상당구 금천동)씨는 “최순실에게 농락당해 대통령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탄핵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최모(49·제천시 신백동)씨는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 결정은 촛불민심을 제대로 읽은 것”이라며 “지인의 사익을 위해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천안터미널에 근무하는 최모(56)씨는 “국민의 신뢰를 잃은 대통령의 탄핵은 당연하다. 탄핵 인용은 대한민국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증거”라며 “이젠 하나된 마음으로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퇴진운동본부는 탄핵 결정 이튿날인 지난 11일 전국 곳곳에서 시국대회를 열어 ‘국민 주권 승리’를 축하했다. 이날 대전과 세종, 충남 공주·천안·서산, 충북 청주 등에서도 탄핵 인용을 축하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반면 탄핵에 반대하는 이들은 망연자실하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12일 청주시 상당공원에서 열린 ‘3.10 반란 응징 충북도민 태극기집회’에 참석한 시민이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최지현>

괴산주민 K씨는 “대통령이 정말 잘못을 한 건지 모르겠다. 국가안보나 경제소생 문제 해결에 탄핵이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말했다. 김모(58·제천시 청전동)씨도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고 지금까지 잘 해 온 일이 묻혀버린 점도 너무나 아쉽다”고 말했다. 천안시민 신모(59)씨는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못한 것은 있지만 탄핵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본다”며 “앞으로 더 큰 혼란이 찾아온다면 헌재 재판관들과 탄핵주동자들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에는 청주 상당공원에서 ‘3.10 반란 응징 충북도민 태극기 집회’가 열려 탄핵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이날 만난 탄핵 반대집회 참가자는 “대한민국 최고의 양심이라는 헌재 재판관이 국민의 뜻을 짓밟은 것이다. 승복할 수 없어 앞으로의 싸움에 동참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곳곳에서 TV나 스마트폰, 인터넷 등을 통해 선고를 지켜본 직장인이나 상인들 사이에서도 “안타깝다”는 동정론과 “당연한 결과”라는 싸늘한 반응이 엇갈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지난 10일 외가인 옥천의 육영수 생가는 인적 없이 썰렁했다.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경계근무에 나선 경찰과 군청공무원 10여명이 주변을 서성일 뿐 평소 외지 관람객을 태우고 온 버스 1~2대가 세워져 있던 주차장도 이날은 텅텅 비었다.

생가 뒷집에 사는 김옥희(81) 할머니는 “예전 외가를 방문한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아침에 고 육 여사 생가에 내려가 따님을 지켜달라 기원했는데 가슴이 미어진다”고 침통해했다. 인근 경로당에서 TV로 탄핵심판을 지켜보던 이웃주민 2명도 비슷한 심경을 토로했다. 육씨 종친회 육인수 회장도 “박 전 대통령의 어머니가 문세광의 총탄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는데 딸마저 탄핵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아 마음이 아프다”며 “그러나 헌재 결정이 났으니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고 흐트러진 민심수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다수 시민들은 헌정 사상 첫 여성대통령이 탄핵된 것에 대해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사필귀정인 만큼 헌재 결정에 승복하고 이제는 국론을 통일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청주 가경터미널시장 한 상인은 “죄를 지으면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이념적으로 양극화된 한국 사회의 균형추가 한쪽으로 쏠릴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충북의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헌재의 탄핵 선고는) 당연한 결과”라면서도 “여·야 정치권이 이제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인석(65) 전 옥천문화원장도 “헌재 판결을 존중하고 대한민국이 새로운 법치주의, 민주주의로 태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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