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주 이찬주춤자료관 대표 / 춤 평론가

이찬주 이찬주춤자료관 대표 / 춤 평론가

청주시립무용단(박시종 예술감독)은 제118회 목요정기공연을 지난 9일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올렸다. 이번 공연은 청주의 기상을 담아낸 웅장한 북춤 ‘울림’을 시작으로 사회는 윤덕경 서원대 교수가 맡았고 ‘춤본Ⅱ’, ‘쟁강춤’, ‘진주교방굿거리춤’, ‘승무’를 선보였다. 필자는 김매자의 ‘춤본Ⅱ’와 ‘쟁강춤’, 그리고 청주시립무용단의 ‘열락(悅樂)’에 주목했다.

먼저 김매자(창무예술원 이사장)가 안무한 ‘춤본Ⅱ’는 1989년 국내에서 초연되었는데 1986년 ‘춤본Ⅰ’을 시작으로 선보인 작품이다. 그녀의 대표작 춤본 시리즈는 창무회 춤의 바탕이며 한국창작춤의 개가(凱歌)로 평가된다.

춤은 종소리와 함께 두 팔을 위로 올린 채 한 바퀴 돌아서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상체를 한껏 젖힌 후 사선으로 걸어 나오는 춤길, 몸을 굽혀 바닥을 살짝 치는 손끝, 엉덩이를 좌우로 씰룩거리는 형태와의 조화, 마지막은 비스듬히 한 팔을 사선으로 든 채 뒤태를 견주듯 멈추어 섰다. ‘춤본Ⅰ’이 호흡과 형태를 다룬다면 ‘춤본Ⅱ’는 인생의 길을 향해 여정을 떠난 정신적인 의미를 담은 순례자의 독무형식을 갖추었다. 진도 씻김굿과 고(故) 박병천의 구음 그리고 치마의 겉감(남색)과 안감(노랑)의 색깔을 달리해 의상으로서의 효과도 활용했다. 김매자의 안무적 개성을 담은 상징적이고 인상적인 부분을 담고 있으며 질료와 형상의 균형점을 적절히 이뤄냈다.

두 번째 ‘쟁강춤’은 무당들이 굿을 하는 가락을 우리 정서에 맞게 춤으로 창작한 작품이다. 부채를 들고 방울을 끼어서 춤을 춘다. 이 춤은 제주도 지방의 무당굿에서 방울을 팔목에 끼고 움직일 때 들리는 소리에 따라 춤의 제목이 정해졌다고 한다.(프로그램인용) 방울소리와 현란한 부채의 테크닉이 돋보이는 이춤은 나란히 서서 추는 군무가 정확하게 딱딱 떨어졌다. 윤미라는 춤새와 남다른 민첩함이 돋보였다. ‘쟁강춤’은 리듬감 있고 재치 있는 동작으로 춤의 멋을 신명나게 보여준 청량한 춤이었다. 이춤으로 특별한 즐거움을 만끽했다.

청주시립무용단은 ‘열락(悅樂)’을 선보였다. 춤꾼들은 검정상의에 빨강치마를 입고 둥근 소고를 든 채 서있다. 한 발을 발목에서 높이 무릎까지 끌어올리며 큰 걸음으로 무대로 걸어 나온다. 양팔을 휘젓고 움직이며 다시 제자리로 간 후 만개한 꽃처럼 활짝 핀다.

한 남성(박정한)이 상모를 쓰고 작은 북을 치며 들어온다. 무대중앙에 길게 드리운 직사각형의 조명을 따라 무대 앞으로 걸어 나온다. 어깨의 힘을 뺀 채 상모의 줄을 천천히 움직이는 형상은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음역이 확장되듯이 그의 동작은 상모 줄과 함께 점차 빨라진다. 이어 고개를 젖히면서 가볍게 움직이는 동작은 그의 특유의 입체적 조성을 엿볼 수 있었다. 여성춤꾼(김지성)이 작은 장구인 경고를 들고 무대로 들어와 돌린다. 이어 군무진과 봄의 기운을 담은 숨이 가쁠 정도로 역동적인 동작을 보여주며 스물일곱 명이 선사하는 춤의 향연을 펼친다. 힘이 넘치는 동작을 보여주며 돌때 나타나는 순간의 멈춤은 감김과 풀림의 조화를 적절히 이뤄냈다. 빠른 동작의 오색찬란한 움직임으로 눈이 즐거웠고 봄의 환희에 한층 깊이 다가간 듯했다.

춤의 구성은 대열(隊列)과 원(圓)으로 단순화시키며 비와 공기, 물방울, 바람과 연관된 움직임을 전개해가는 도식화된 무대였다. 의상은 의도적으로 최소화한 듯 단출했지만 양어깨에서 치마로 내려트린 초록색 선은 또렷했다.

‘열락(悅樂)’은 굳이 묘사하려 애쓰지 않아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담아낸 춤으로 열정을 아름답게 묘사한다. 박시종 안무가(청주시립무용단 예술감독)는 몽환적 이미지를 벗어나 단순한 구성에 경쾌함을 담은 미적감각을 제시하면서 자신의 안무에 수용도를 넓혔다. 느림과 빠름을 넘나들며 전 방위적 안무자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을 느끼게 하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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