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 중원대 교수

(동양일보)지금 문화라는 용어는 현재까지 인류가 이룩한 삶과 관련된 총체적인 현상을 일컫는 말이 됐다.

성문화, 음식문화, 음주문화, 교통문화라는 말을 쓰는 실상을 통해 보면 그렇다.

선진의 문화문명이 인접국 또는 후진국으로 전파 이행한다. 이 과정에서 발전 창달된다.

때론 창달한 종주국보다 계승한 수용국에서 더 찬란한 문화를 이룩한 경우도 있다. 구곡문화가 단연 그 대표적이다. 구곡문화는 중국보다 우리나라에서 더욱 흥성하여 한국은 세계에서 최고 최다의 구곡문화를 꽃 피웠다. 바로 이 구곡문화계승정신이 문화창달정신이다.

구곡은 팔경과 더불어 동양 나아가 세계 2대 문화산수이다. 문화산수란 자연산수에 구오(九五)와 팔괘(八卦)라는 “주역(周易)”의 철학적 사유를 이입 의탁하여 인위적으로 구곡과 팔경이라는 문화를 설정한 산수라는 뜻이다.

문화산수란 말은 필자가 1995년경 처음 써보았다. 지금은 통용어가 되었다.

구곡은 중국의 송나라의 주자(朱子·1130~1200)가 무이계곡에 무이구곡(武夷九曲)을 설정하고 ‘무이도가(武夷棹歌)’를 지은 것이 시발이다.

이는 ‘주역’ 구오(九五)의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구오는 만물의 기능과 역할이 원만하고 활발하게 운용되어, 천하를 으뜸으로 잘 다스려지게하는 상황을 표현한 괘(卦)이다.

결국 태평성대를 희구하는 정치관을 자연에 표상화하였다. 최면을 걸어 망각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실천하게 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구곡은 계곡 하류부터 상류사이에 제1곡부터 9곡까지 9개의 곡(曲)을 정한다. 그 반대인 경우도 더러 있다. 이렇듯 구곡은 선(線)으로 구축된 문화이다. 팔경은 면(面)으로 구축된 문화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구곡을 설정하고 구곡가를 지은 사람은 율곡 이이(李珥·1536~1584)다. 이이는 황해도에 고산구곡(高山九曲)을 설정하고 ‘고산구곡가’를 지었다.

우암 송시렬(1607~1689)과 그 문하생 권상하(1641~1721)와 민진원(1664~1736)은 화양구곡에 ‘존주대의(尊周大義)’ ‘존화양이(尊華攘夷)’ ‘위정척사(衛正斥邪)’ ‘도통의식(道統意識)’을 표상화하였다.

이후 우암을 숭앙하고 ‘존화양이’의식을 계승한 사림들은 화양구곡을 성지로 순례하였으며, 화양구곡시를 지었다.

기호지방 출생이 아니더라도 주자와 우암을 숭앙하고 ‘존화양이’의식이 투철한 기호학맥사림들은 화양구곡을 순례하고 화양구곡시를 지었다.

이후 구곡은 학맥 학파를 응집 결속 단결시키며 학통 도통(道統)을 계승하는 매개체이자 구심점으로 정립되었다. 그 본향이 괴산이며 발원지가 화양구곡이다.

송시열(1607~1689)과 그를 따르는 기호사림들은 이이의 ‘도통(道統)’을 계승하고 그 도통계승의 표상화로 ‘고산구곡가’를 한시로 번역하였으며 “고산구곡도”를 그리게 했다. 구곡은 우리나라 산수문화의 꽃이다. 화양구곡의 구곡문화의 연꽃이다.

영남지방에서도 퇴계 이황(李滉·1501~1570)의 학통을 계승한 사림들이 많은 구곡을 설정하고 구곡시를 지었다.

이황은 구곡을 설정하지 않았다. 여기에 아쉬움을 느꼈는지 이황의 9세 후손인 이이순(1754∼1832)과 이가순(李家淳·1768~ 1844)은 경상도 일원에 산수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구곡을 설정했다.

이렇듯 구곡 설정과 구곡시 창작은 학통 계승의지의 자연과 문학에의 표현이며 위대한 인물에 대한 존경심의 발현이다.

구곡의 향기는 연꽃향기를 타고 괴산을 넘어 우리나라를 덮었다. 화양구곡은 구곡문화를 융성하게한 성지요 화양구곡의 화양서원은 연꽃의 꽃방이요 첨성대는 연꽃의 꽃대이다.

앞으로도 한국의 구곡문화의 향기는 은은히 그윽하게 한국의 구곡문화에서 세계의 구곡문화로 영원히 향기로울 것이다.

그 철학적 문화산수를 고고히 겸허히 완상할 수 있을지언정 오만하게 방자하게 희롱할 수는 없다. 구곡문화는 영원히 향기롭다.

구곡문화의 향기는 세계문화의 향기로 구곡문화계승정신은 문화창달정신으로 무한시대를 갈 것이다. 그 중심이 괴산의 화양구곡이다. 구곡문화정신을 계승하여 대한민국을 제대로 다시 만드는 ‘대한민국재조문화(大韓民國再造文化)’를 창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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