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번데기처럼 기다리던 흰 밤은 오지 않았다

그녀는 마루에 고단하게 앉아 별을 쓸어 담는다

배고픈데

묻어 놓은 밥그릇은 발가락에 자꾸만 닿고

고등어조림에서 간장 냄새가 파고들어도

어둠의 별을 지고 돌아올 그는

풍기는 낙담도 없이 소식이 뜨음하다

빨간 꽃잎 누벼진 이불에서 발효하는 시간은

자정을 넘어서 숨을 고르지 못하고 쓰러진다

웬 바람이 저리도 밥을 탐하는지

문풍지 홀로 겨워 몇 포기의 혀를 받아들이고

콧등에는 햅쌀 같은 배부름이 미끄러진다

외양간 옆 오줌통에서 살얼음 깨고 들어와

큰 밥그릇이 모셔진 아랫목에 발 넣으니

없다 그래 바람 탓이야 이럴 줄 알았어

밤새 문을 흔들던 노래가 밥을 다 먹었어

새벽 댓바람도 한통속이야

그녀는 동틀 무렵에도 심하게 코를 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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